2013~2014년 조사 무혐의…뇌물 집중한 검찰 전략 주효
[더팩트 | 장우성 기자] 검경 수사를 뛰어넘어온 '불사조'도 삼세번은 피해가지 못 했다. 성범죄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결국 구속됐다.
김학의 전 차관은 2013년 특수강간 혐의, 2014년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차례 검경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석연치 않게 무혐의 처리됐다.
이 두 번의 수사에서는 병원 방문 조사, 비공개 소환 각각 한차례 외에 직접 조사도 받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체포영장, 통신사실조회, 압수수색영장, 출국금지 등 총 10번이나 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마디로 '언터처블'이었다.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와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로 시작된 세번째 수사의 칼날은 성범죄 의혹 6년만의 공개소환, 구속으로 이어졌다.
조여오는 압박에 쫓긴 김 전 차관은 몇몇 자충수도 저질렀다. 지난 3월 15일 검찰 진상조사단의 소환은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통보없이 불응했다. 특히 지난 3월 23일 심야 출국 시도 끝에 긴급 출국금지를 당하면서 여론에 불을 질렀고 검찰 수사단 출범을 앞당겼다.
공범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검찰 조사 과정과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 사실을 하나씩 털어놓는데도 "윤중천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검찰이 소환조사에서 윤 씨와 대질을 시도하자 "모르는 사람과 왜 대질을 하느냐"며 버티기도 했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뚜렷한 성접대 의혹 동영상이 공개됐는데도 "동영상에 대해서 아는 바 없다"고 잡아뗐다. 자신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증언한 여성들도 일면식도 없다며 무고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피의자가 기본적인 혐의조차 강력히 부인할 수록 영장 발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심야 출국 시도로 도주의 우려도 더했다. 김 전 차관은 뒤늦게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씨를 안다는 취지로 진술해 입장을 바꿨지만 이미 늦었다.
윤중천 씨의 구속영장 기각과 공소시효 문제로 애를 먹던 검찰 수사단은 일단 숨통이 틔였다. 출범 48일만의 개가다. 특히 아직 입증이 어려운 성범죄 혐의보다 뇌물수수죄에 초점을 맞춘 게 주효했다.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윤중천 씨에게 2006~2008년 받은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 ▲100차례 이상 성접대 ▲스폰서 격인 최모 씨에게 2007~2011년 받은 3000만원 상당의 금품 등으로 구성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중 1억원은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이로써 뇌물가액이 1억원이 넘어 공소시효 15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앞으로 이번 영장에 집어넣지 못한 성범죄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수사 당시 외압을 넣은 의혹이 있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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