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옷 흔들고 한 때 울먹…"개혁 저항" "영혼없음 자백" 혹평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약 100분간 기자들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열변을 토했다. 검찰총장이 이렇게 긴 시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일은 자주 볼 수 없다. 때로는 벌떡 일어나 웃옷을 흔들며, 때로는 울먹이며 보기드문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절박함과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 마음은 통했을까.
문 총장은 "검찰도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할말은 다 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전국 검사장들에게 보낸 보완책 마련을 약속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놓고 "사후약방문이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경찰의 전권적 권능을 확대시켜놨다"며 "검찰이 했으니 경찰도 행사해보라는 식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적하자 갑자기 일어나 웃옷을 벗어 흔들며 옷(검찰)보다 흔드는 것(정치권력)이 더 문제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문 총장은 기자 간담회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 간담회가 재임 동안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만간 후임 총장이 지명된다"며 "후임에게는 수사권 조정 과제를 물려주지 않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그 소망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넘겨주게 된 것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문 총장의 100분에 걸친 토로가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한 모양새다. 특히 그동안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검찰의 비판은 '경찰의 권능 확대에 따른 국민 기본권 침해'가 초점이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침소봉대'라고 일축했다.
민변 김호철 회장은 "(수사권 조정) 법률안은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더라도 고소.고발인 등 이해관계자의 이의 제기가 있다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며, 이의제기가 없더라도 모든 수사 자료가 검찰로 송부되도록 규정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우려는 침소봉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 이후 사후 통제도 검찰이 우려하는 정도의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경찰 수사에 대한 고소.고발인 등의 이의제기 절차를 명문화해 수사절차에서 국민의 권익이 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문 총장의 발언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무소불위 권한을 오남용하며 정치에 개입해 온 검찰의 과거 행태를 바로잡고, 권한을 나눠 개혁하라는 것이 국민과 시대의 요구"라며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지금보다 강력하게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경찰의 권능 확대 문제는 일부 공감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정권의 수족이 돼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일삼고 민간인 사찰 등에 나선 정보경찰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의 실질화와 정보경찰 폐지 등과 같은 경찰개혁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경찰에 수사 착수권과 종결권을 모두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문 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을 밝혔다.
임 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승태, 임종헌, 우병우 등 법원과 청와대 인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직무유기로 구속 기소하면서 2015년 남부지검 성폭력, 2016년 부산지검 공문서위조건에 대해선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검찰의 이중성을 보고 있으려니 암담할 지경"이라며 "그러니 지금과 같은 성난 검찰개혁 요구를 마주하는 것이겠지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고발장을 받고도 수사를 안 하면 직무유기다. 수사권은 권리라 표현되긴 하지만 수사 담당자에게는 수사를 해야 할 의무이니, 거부하거나 게을리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현 대검의 이중잣대가 옳은지, 그른지는 그때 비로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총장이 이날 보여준 '웃옷 퍼포먼스'도 혹평했다. 그는 "거악에 영합해 호의호식하다가, 기득권을 빼앗길 위기에 이르러 거악이 흔들면 흔들린다고 변명하면 너무 초라하지 않나"라며 "실소가 터졌다. 검찰이 영혼없는 옷이라고 자백하는걸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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