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표현 불쾌해…김경수 일당이라고 불러야"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드루킹' 김동원(50) 씨는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 특히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신문하는 검사에게조차 불편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김동원 씨는 자존감이 상당했다. 김경수 지사에게 도 모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임명해달라고 청탁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청탁을 하려고 했으면 대통령에게 직접 했을 것"이라는 대목에서 뚜렷히 드러났다. 김 지사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투로 읽혔다. "김 지사가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자 놀라더라"라며 자신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도 변호사를 일본 대사에 추천했는데 김 지사가 '촌동네'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고 진술할 때는 모욕감을 느끼는 듯 말을 잇지 못 했다.
김 씨는 15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공판 2심에 출석해 “김동원 일당이 아닌 김경수 일당이라 불러야 한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이날 항소심에는 김 씨가 운영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 도 모 변호사와 윤 모 변호사도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도 모씨 측과 윤 모씨 측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신문을 2번 진행했다. 이 중 도 변호사는 김 씨가 김 지사의 전 보좌관 한 모씨에게 인사 청탁을 위해 500만원을 건넨 혐의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김 씨가 도 모씨를 주 일본대사관 대사로 만들기 위해 김 지사 측에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도 모씨 변호인 측 증인신문에서 “김 지사와 ‘도 모씨가 일본 대사를 한다면 문제없이 잘할 것 같다’는 대화가 오간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는 도 모씨가 와세다대학교에서 현 일왕을 가르친 교수의 수제자로 졸업하는 등 아주 유능한 인물이라 (주일 대사가 된다면) 한일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순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사를 누가 임명하냐.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냐”며 “내가 진짜 도 모씨를 대사로 만들고 싶으면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지 왜 김 지사에게 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달 17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 지사를 향해 강한 반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씨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사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마음먹고 김 지사를 만나게 됐다”며 “그렇게 김 지사와 인연을 맺고 2017년 6월 김 지사와 만났을 때 국회의원 총선에 참가할 생각은 없냐고 묻더라. 나는 단언컨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김 지사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알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는 김 지사에게 “도 모씨라는 유능한 인물이 있으니 일본 대사 임명 때 고려나 한 번 해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마저도 김 지사가 '쌩깠다'(배신했다)”고 했다.
김 씨는 김 지사가 처음에는 도 씨를 일본 대사로 고려한다고 했으나 이내 오사카 총영사관, 센다이 총영사관 등 점차 한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사카 총영사관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촌동네 센다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김 지사가 나를 두고 완전히 농락했구나 싶었다. 영화를 보던 중 받은 연락인데 너무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회상했다. 또한 “자꾸 언론보도에서 나를 두고 드루킹 일당, 김동원 일당이라고 부르는데 아주 기분이 나쁘다”며 “김동원이 아니라 김경수 일당”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와 검찰은 물론 방청객까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이날 김 씨는 검찰 측 신문 때 “도대체 뭘 질문하시는 것이냐”며 “특검 수사 당시 (검사와) 부딪힌 게 많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 씨의 달아오른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은 통에 검찰은 “제 신분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 점은 좀 이해를 해달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검찰 측이 증거자료를 제시할 때마다 무례한 어투로 증거의 효력을 의심했다. 재판부는 “증거자료가 타당한지는 재판부가 결정한다. 증인은 신문에 성실히 임하라”고 주의를 줬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김 씨로부터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부인 김 모씨가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출석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 수사에 의하면 김 씨로부터 돈을 받은 김 모씨는 노 전 의원에게 2000만원을 직접 전달하고 3000만원은 운전기사를 통해 건네받았다. 지난 공판에서 김 씨 측은 “문제가 될 것을 직감하고 3000만원은 느릅차로 바꿔서 전했다”고 일부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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