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용 부회장 사건 공정 심리해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개최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종일관 미소를 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은 대중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건설 경과를 보고하는 직원을 바라보고 있는 문 대통령의 등 뒤에서 극자외선(EUV) 동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금융위원장님이 꼭 말씀드리라고 했는데 여기 들어가는 돈이면 인천공항을 3개 짓는다"고 손 가락 세 개를 펼쳐보이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뒤를 돌아보며 "오! 그래요?"라고 답했는데, 이 때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고, 이 미소는 대중들에게 '짤' 등으로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재벌 총수를 만난 것을 문제 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우리 사법권의 독립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9일 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냐 한다.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이 되느냐"고 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이 이르면 6월 중순쯤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은 오는 23일 전원합의기일에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속행기일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등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4월 18일까지 모두 4회에 걸쳐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 3마리를 제공한 행위가 뇌물이나 횡령으로 볼수 있는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 씨에게 이전된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말의 형식적인 소유권을 삼성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를 제외한 나머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1.2심 재판부 등은 말 구입액 전부를 뇌물액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파기환송을 거쳐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놓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기 석방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 등 정치적 이슈도 대법원에 압박을 넣으려는 삼성측의 움직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삼성이 지난달 중순경 수 의견서와 보충답변서 등을 재판부에 집중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측 변호인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의견서 폭탄을 대법원에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근 속도를 높이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대법원 판결의 변수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 부회장 대법원 판결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사기회계에 대한 증거뿐 아니라 삼성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 수사가 끝난 이후 이재용 부회장 뇌물사건을 정리해서 (대법원이)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 노트북과 서버의 저장 장치 등을 발견했다. 2018년 여름께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 측이 숨겨놓은 것을 찾아내 파장이 크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와 사업지원 TF 소속 백모 상무가 11일 구속됐다. 이번 사건에서 삼성전자 임원이 구속된 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4월 석방된지 1년여 만에 다시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증거 인멸 등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난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지금 우리나라 경기가 얼마나 최악인데 기업 죽이기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 발언대로 재판은 재판이고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정한 심리와 선고를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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