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판 민원 받았지만 실행 안 했다"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지난해 11월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이 13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여야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을 받아줬다는 혐의도 "민원은 받았지만 전달은 안 했다"고 반박했다.
중앙지법 제36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임종원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연장 심문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구속기한을 연장해야한다는 검찰의 입장에 맞서 약 3시간에 걸쳐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재판부에 “시간이 없어서 (의견서를) 다 못 썼다”, “더 말씀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국회 파견 판사로부터 재판 청탁을 받은 혐의를 두고 “국회 파견 판사로부터 (재판 청탁) 민원을 들었으나 이를 해당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 전달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이 재판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인의 아들 A씨의 강제추행 혐의 재판이었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에게 “A씨의 혐의를 더 가벼운 혐의로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전달받은 임 전 차장은 A씨의 사건을 검색한 후 해당 재판을 관할한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A씨의 형을 벌금형 정도로 그치게 하라”고 전한 혐의를 받는다.당시 A씨는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임 전 차장은 "전화를 건 사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쨌든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인 정도”라고 반박했다.
노철래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청탁 혐의도 “새누리당에서 노 전 의원 선처를 부탁한다는 민원을 받긴 했다”며 “관할 판사에게 전화를 했으나 민원 청탁을 받는 고충만 토로했다”라고 해명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군현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명하는 민원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임 전 차장은 “20대 국회 법사위원이자 이 전 의원의 대학 동문인 의원에게 (그러한 민원을) 받았다”며 “그 의원이 누구인지는 기자들이 많아서 재판부에게만 알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정 법관에 부당한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는 “대법원장 인사재량권 범위 내에서 정기적 인사이동 시기에 통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을 통해 2014~2017년 쓰인 ‘물의 야기 법관’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음주운전, 법정 내 폭언 등 행동을 한 법관과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수뇌부에 상반된 의견을 가진 법관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했다. 임 전 차장은 이 문건도 “인사총괄 심의관 실무자들이 인사시기 관례적으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일 뿐”이라고 했다.
약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한 임 전 차장은 목이 메었는지 검찰이 반박 의견을 제시할 때 기침을 심하게 하며 변호인에게 물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전‧현직 법관과 국회의원 등 주요 증인 진술은 모두 확보한 상태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전혀 없다”며 구속기간 연장을 반대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은 내일 오전까지 재판부에 양 측의 의견서를 제출하라”며 “점심시간이라도 검토한 후 내일 중으로 재판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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