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SKY캐슬'에 갇힌 변호사시험…명문대 고착화

1일 법무부가 공개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룰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중 서울대가 80.9%의 합격률로 가장 높았다. 사진은 법학전문대학원우협의회가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촉구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새롬 기자

합격자 로스쿨별 격차 더 벌어져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1일 열린 2019백상예술대상에서 JTBC드라마 'SKY캐슬'이 드라마 부분에서 연출상.여자최우수연기상.남자조연상.여자신인연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스카이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본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로, 23%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종편 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갑자기 '스카이캐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률이 80%대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1일 법무부가 공개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보면, 전국 25개 로스쿨 중 서울대가 80.9%로 가장 합격률이 높았고, 고려대(76.4%), 연세대(69%)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드라마 속 설정처럼 현실에서도 이른바 SKY가 1,2,3위를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연세대가 2위로 고려대 보다 1.4%포인트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위와 3위가 꽤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4위는 154명이 응시해 106명이 합격해 68.8%의 합격률을 기록한 성균관대가 차지했고, 서강대(65.6%)와 경희대(63.8%), 충남대 (63.5%), 이화여대(62.5%), 영남대(61.2%)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9개 대학이 60%가 넘는 합격률을 기록했다.

1일 법무부가 공개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룰에 따르면 전국 평균 합격률인 50.8%보다 높은 합격률을 보인 대학은 모두 12곳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2일 대한변호사협회(왼쪽)와 로스쿨생들의 맞불집회/이새롬 기자

전국 평균 합격률인 50.8% 보다 높은 합격률을 보인 대학은 모두 12곳이다. 다른 13곳은 평균보다 낮은 23.44%~49.11%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3.5%의 합격률로 최하위를 기록한 원광대와 최상위 합격률을 차지한 서울대 간 격차는 57.4%포인트로 지난해에 비해 3.4%포인트 더 벌어지며 서열화가 더 고착화된 모습이다.

변호사시험 1회부터 8회까지 누적 합격자 순위도 서울대가 1,077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857명), 고려대(854명), 성균관대(824명), 부산대(726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24위를 기록한 제주대(28.0%)는 가장 적은 누적 합격자를 기록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한 관계자는 학교별 합격률 관련 최근 로스쿨생 커뮤니티 분위기를 전하면서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는 교수들이 많은 학교, 이른바 상위권 학교가 수험정보 획득에 유리한 것 같다"며 "이 커뮤니티에서 연세대가 변시 3일 전 사례형 문제와 매우 유사한 판례정보를 도서관 복도에 게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세대 학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해당 교수가 2학기 성적이 나온 후 강의평가시간을 대신해 기말고사 해설 및 변시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 대한 당부 이야기로 해당 정보를 게시한 것이라는 것. 한 학생은 "이 내용을 변시 문제 유출로 과장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측은 "아무래도 변시 출제위원들이 이른바 SKY 등 서울권 로스쿨 교수들을 중심으로 선정되다 보니, 이 교수들이 평소 수업 시간에 강조하는 내용들이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 이런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지방대 로스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시험에)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로스쿨별 합격률이 발표된 이후에도 대한변호사협회측은 여전히 변호사 수 제한 문제에 집중했다. 대한변협측은 "로스쿨 합격자 수가 학교별로 고착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이지만, "실제 로스쿨 도입으로 신규 변호사 배출 인원이 크게 증가하였고, 변호사들의 다양한 직역으로의 진출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법조직역과 법조유사직역과의 관계 재설정, 법률사무영역의 업무조정, 직역 간 통폐합 문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로스쿨 제도 운영이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원래 도입 취지와 다르게 변시 낭인의 증가와 다양성.전문성 약화 등의 문제가 고착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맞도록 전문적인 변호사시험 운영을 위한 별도의 논의기구를 마련해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4월 26일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및 제도개선 추진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 사진은 제7회 및 8회 변호사시험 합격인원 /법무부 제공

지난 1월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에는 3330명이 응시해 1691명이 합격했다.

법무부는 당초 로스쿨 서열화가 굳어질 수 있다며 학교별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이 2018년 3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로 확정된 뒤부터는 합격률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로스쿨별 합격률이 공개됐을 당시 대한변협측은 "학생들이 로스쿨을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의 경우) 학교측도 더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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