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미투 구속' 안태근, "검사 질문은 '답정너'였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18일 오후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김경수처럼 나도 보석해달라" 주장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은화 기자] '답정너'

국어사전에 따르면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라는 뜻의 신조어이다. 주로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 놓고 상대방에게 질문해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게 하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이른다.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검사 조서 내용에서 질문 내용을 보면 심리 상태가 속된 말로 '답정너'였다"고 주장했다.

안 전 검사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자신에게 어떻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지를 분명 고심했을 것이라면서, 기소를 위해 없던 원칙을 새로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1심에서 부르지 않았던 당시 인사 담당 검사 등을 법정에 불러 객관적으로 신문해 달라며 15명의 증인들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검찰이 '왜곡된 프레임'으로 자신을 기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는 은밀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도록 공개됐다"는 것. 안 전 검사장은 "원칙에 따르면 부치지청(지검 소속 소규모 지청)의 경력 검사 중 근무 성적이 우수한 검사는 본인 희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서 "동기 95명 중 91등을 한 서 검사가 해당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검찰과장과 인사 담당 검사가 장관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고, 수 천명의 검사가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누가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지시에 따르겠냐"며 자신은 원칙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어긋나는 지시도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말하던 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전 검사장은 "1심 재판장을 탓할 생각이 없다"며 "1심의 오판은 검사 인사에 관한 수많은 오류와 왜곡을 알기 쉽게 보여주지 못한 제가 초래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심은 저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실체 없는 왜곡을 풀 마지막 기회"라며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내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안 전 검사장 측은 변호인 2명과 안 전 검사 본인이 직접 나서 40여분간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데 공을 들인 반면 검사 측은 비교적 짧게 안 전 검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안 전 검사측의 의견은 이미 1심에서 충분히 제기된 의견들로, 1심은 충분한 심리를 통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문제삼고 있지만 1심에서 적법한 증거 채택 절차를 통해 수사보고서가 채택됐다"며 "새삼스럽게 2심에서 법적 증거능력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가운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서지현 부부장검사가 참석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는 안 전 검사장이 신청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안 전 검사장 측은 "기소 전부터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피고인 가족까지 노출된 상황에서 도망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보석이 허가됐 듯 같은 취지에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복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 동요가 일어날 수 있고,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보석 불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 전 검사장의 2차 공판은 5월 2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15명 가운데 4명을 순차적으로 향후 재판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추행했다는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에게 원칙과 기준에 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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