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대검 해명에 실소"...'김학의 수사단' 신뢰에 상처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출국금지해야한다는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요청을 대검이 거부해 김 전 차관을 눈앞에서 놓칠 뻔했다는 주장을 놓고 진실 공방이 뜨겁다. 이번 논란은 대검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과 닮은 점이 있다. 검찰 수사단이 과연 김 전 차관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논란이 불거지자 대검은 "조사단이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가 자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대검이 반대해 출금을 못 한 게 아니라 조사단이 스스로 출금 요청을 거둬들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 소속 주무위원 김용민 변호사는 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은 그동안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활동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 왔는데, 유독 김 전 차관 출국금지에만 이례적으로 반대입장 문건을 보냈다"며 "매우 강력한 반대로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대검의 입장 표명에 따라)조사단은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다른 방법을 더 논의하기로 했으며, 출국을 막아야할 필요성 때문에 3월 25일로 예정돼 있던 검찰과거사위원회 보고를 21일로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이 지난달 22일 심야에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 출국 금지 조치 됐는데, 조사단 검사가 3월 20일 수요일에 초안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았더라면 출금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도 대검의 주장이 상식적이지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조사단에 보낸 출금 반대 입장은) 대검연구관이 보낸 참고용 고려사항이었을 뿐 대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해명이 도마에 오른다.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연구관이 이런 민감한 내용을 위에다 보고 않고 혼자 궁리해 (조사단에) 독단적으로 보냈다는 실언에 실소가 터진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임종헌 법원행정처에서 헌재를 깎아내리는 내부문건이 유출되자 법원행정처 공식의견이 아닌 심의관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고 전했다.
1년 전에도 이번 사태와 비슷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안 검사는 "(당시 수사를 맡은)춘천지검은 권성동 국회의원을 소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됐는데 사실은 소환하겠다는 것이 저희 당초 입장이었다"면서 "그런데 (춘천지검) 검사장님께서 검찰총장님께 크게 질책받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후에 입장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 15일 집행된 것으로 알려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의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찰 고위층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분께서 제게 어렵게 그날 상황을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슬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총장도 당시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견을 해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며 외압이라는 주장에는 강력 반박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를 맡은 춘천지검 소속이었던 안 검사가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지난해 2월 특별수사단이 꾸려졌다. 수사단은 양부남 당시 광주지검장을 단장으로 서울북부지검에 차려졌다.
대검은 수사단에 자율성 및 독립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불필요한 외압 논란을 차단하려 했지만 수사단이 2018년 5월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 약속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검찰 내 '항명'사태로까지 확산된 바 있다.
결국 외부 인사가 참여한 전문 자문단의 자문 절차를 거친 뒤 검찰은 외압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리면서 사상 초유의 검찰 항명 사태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에서도 대검이 조사단의 조사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면서 지난달 29일 출범한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 특별수사단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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