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병원 vs 온누리교회 일가, 황당한 '수십 억' 소송전

홍원 대한병원 이사장과 온누리교회 창립자 하용조 목사 일가가 수십억 원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회사가 얽히고설킨 이 소송의 근간에는 특정 종교인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그 신뢰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종합병원 대한병원과 용산구 서빙고동 소재 두란노서원 본사. /허주열 기자

하림그룹, SK D&D 등까지 얽히고설킨 '쩐의 전쟁'

[더팩트ㅣ강북구 수유동=허주열 기자] 홍원 대한병원 이사장과 온누리교회 창립자 하용조 목사(2011년 사망)가 세운 두란노서원(현 대표 하 목사 아내 이형기)이 수십억 원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 목사가 설립한 회사들이 지난 2009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주상복합상가 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홍 이사장 부모 홍성국·최정화 씨 토지를 담보로 하림그룹 계열사에 80억 원을 빌린 게 소송의 발단이 됐다. 홍 이사장 측은 토지를 담보로 제공한 뒤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설정된 근저당권을 풀기 위해 수십억 원을 억울하게 물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두란노서원 측은 정당한 근저당권을 갖고있으며, 홍 이사장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2월부터 제기된 이 소송은 강북구 소재 종합병원 대한병원을 소유한 홍 이사장 일가, 등록교인이 7만 5000여 명이 넘는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 창립자 일가, 더웨이건설, 두란노서원, 하림그룹 계열사, SK D&D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오는 4월 1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6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대한병원 이사장 부모, 하용조 목사·이형기 대표 '맹신'

홍 이사장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 목사와 인연을 맺었다. 의대 교수였던 아버지 홍 씨는 1990년 갑작스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으며, 심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이후 그는 '격리생활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미국으로 아내와 함께 떠났다.

이때 하 목사를 알게 돼 세무조사 과정에 도움을 받은 홍 씨 부부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하 목사는 신처럼 떠받들었다. 심지어 하 목사 아내 이형기 두란노서원 대표가 소개해준 미국의 한 목사에게 20억 원가량 사기를 당했는데도 신뢰는 변치 않았다. 홍 이사장은 "하 목사 일가는 부모님의 맹목적 신뢰를 이용해 수십 억 원을 사실상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홍원 대한병원 이사장과 온누리교회 창립자인 하용조 목사의 아내 이형기 두란노서원 대표가 수십억 원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두란노서원 본사와 하 목사(우측 상단). /허주열 기자

양 측 소송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더웨이건설은 홍 씨 부부가 소유한 수유동 230번지 일대 10개 필지를 매입한 후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자금이 부족했던 더웨이건설은 홍 씨 부부가 팔 토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해 토지 매입 및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림그룹, 80억 대출로 하 목사 지원…불법 의혹

하지만 신용도가 낮았던 더웨이건설은 금융권에서 필요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었다. 홍 이사장에 따르면 하 목사는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2009년 11월 하림그룹 계열사인 '제일사료'(제일홀딩스)와 '선진'에서 홍 이사장 부모의 땅을 근저당으로 잡아 각 40억 원씩, 총 80억 원을 끌어왔다.

이 과정에도 불법의 소지가 있다. 등기사항증명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제일사료와 선진은 사료 사업이 주요 사업이다. 목적 사업에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이 기재돼 있지 않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는 영업소를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대부업법 제19조 벌칙 조항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문경민 하림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제일사료와 선진은 사료 회사로 사료를 새로 만들면 시험을 할 농장(일명 테스트팜)이 필요한데, 인·허가가 잘 안 나왔다"며 "당시 더웨이건설에서 찾아와서 '농장도 있고, 개발 사업도 해서 테스트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개발 사업을 위해 돈이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고 빌려달라고 해서 담보, 연대보증 등을 살펴보니 회수 가능성이 충분해 보여서 빌려줬다. 사료 회사는 이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료업계 관계자는 "새 사료 테스트는 큰 면적의 땅이 필요하지 않다"며 "통상 보유한 농장 중 일부 구간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테스트를 위해 타 농장이나 법인에 대출을 해 준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모태신앙인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크리스천 CEO 포럼(CCF) 활동 등을 통해 하 목사와 인연이 있다. CCF는 온누리교회 이용만 장로(전 재무부 장관)가 2007년 1월 하 목사의 "세상의 소금이 되기 위한 크리스천의 소명을 위해 CEO(최고경영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포럼이다. 다만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은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 전무는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두란노서원, 더웨이건설 원리금 상환 책임 약정...'사실상 한 소유주?'

이처럼 수상한 자금조달 후 더웨이건설은 해당 돈으로 사업 추진을 하지 않고 홍 씨 부부 소유 토지 주변의 다른 부지(수유동 230-17·18·20번지)를 매입했다. 홍씨 부부는 연대보증으로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면 수유동 230번지 일대 땅을 더웨이건설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2012년 연말까지도 총 매각 대금 500억 원의 32분의1 수준의 가계약금(15억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더웨이건설은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다가, 2012년 12월 해당 부지 사업권 일체를 홍 씨 부부 측과 상의 없이 ㈜에스디씨엠에 양도했다. 그런데도 온누리교회 창립자 일가에 대한 홍 씨 부부의 신뢰는 여전히 두터웠다. 홍 씨 부부는 2013년 6월 에스디씨엠과 다시 부동산 개발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에스디씨엠도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고, 사업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하 목사가 2011년 8월 사망한 후 그의 아내 이형기 두란노서원 대표는 더웨이건설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더웨이건설이 홍 씨 부부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매입한 수유동 230-17·18·20 토지를 2013년 2월 임의경매 방식으로 다시 매입한다. 이후 더웨이건설이 경영 악화로 원금만 43억 원가량 남은 채무 변제 및 근저당권 말소를 이행할 수 없게 되자(현재 휴·폐업), 이 대표는 2013년 4월 홍 이사장의 모친 최정화 씨와 "두란노서원이 더웨이건설의 대출원리금 상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두란노서원과 더웨이건설은 사실상 하 목사 일가가 실소유주인 회사로 추정된다. 더웨이건설의 주주이자 이사인 이상욱(지분 42.42%)·이우곤(42.42%)·김병일(15.17%) 씨는 모두 온누리교회 장로이며, 특히 이상욱 씨는 두란노서원 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또한 더웨이건설은 2002년 학교법인 횃불학원 주소지에 설립됐다. 당시 하 목사는 햇불학원 이사였고, 이후 햇불학원이 설립·경영한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 목사 일가를 더웨이건설의 실소유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햇불학원 이사장은 하 목사의 처형인 이형자 씨다. 이 씨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아내로 남편의 외화밀반출 혐의 무마를 위해 1999년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아내에게 고가의 옷을 이용한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헌정사상 최초의 특검 수사를 받은 장본인이다.

홍 이사장은 "더웨이건설 최초 본점 소재지, 현재 더웨이건설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 온누리교회 이상욱 장로(두란노서원 이사 겸임)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더웨이건설은 하 목사가 실소유주로 보인다"며 "부모님에게 '더웨이건설은 하 목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믿어도 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이형기 대표가 이끄는 두란노서원은 이상한 행보를 보인다. 2014년 7~8월 하림그룹 계열사로부터 홍 씨 부부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42억 1000만 원을 넘겨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원금과 이자를 다 받고 정상적으로 자금을 회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이사장에 따르면 이 사실은 그의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홍 씨는 2015년 9월 사망했고, 최 씨는 2017년 4월 사망했다. 부모 사후 재산을 상속받은 홍 이사장은 2017년 11월 SK D&D와 수유동 토지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고, 이듬해 2월 두란노서원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에 '근저당권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상 두란노서원과 한 몸인 더웨이건설이 홍 이사장 부모의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했는데, 알지도 못했던 근저당권을 풀기 위해 두란노서원에 42억 원을 줘야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과 두란노서원 간 근저당권말소 소송은 SK D&D가 엮이며, 묘한 상황을 맞는다. 홍 이사장이 SK D&D와 체결(2017년 11월)한 토지 매각 계약서에 지난해 말까지 근저당권이 풀리지 않을 경우 SK D&D가 해당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남은 금액을 잔금으로 지급받는다는 조항이 들어가서다. 특히 대위변제 시 홍 이사장이 '과다 변제 등을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홍 이사장 측은 계약을 체결할 당시까지 두란노서원에게 근저당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불리한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토지 매각 추진 중 뒤늦게 근저당권 존재 인식

이에 SK D&D와 두란노서원의 유착을 의심한 홍 이사장은 근저당권을 풀기 위해 지난해 말 두란노서원에 42억 원을 지급했다. 이 자리에는 SK D&D 측 관계자도 함께 했다. 대신 홍 이사장은 두란노서원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두란노서원 측이 패하면 받은 돈(42억 원)을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대로 약정서도 체결됐다.

이후 두란노서원은 입장을 바꿔 합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병원 관계자는 "이자를 포함한 근저당권 금액이 42억1000만 원이었는데, 두란노서원에서 1000만 원을 떼고 42억만 달라고 해서 SK D&D와의 계약 조항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지난해 말 수표로 지급했다"며 "이후 두란노서원 측에서 이자 7억 원은 돌려줄 테니 소송은 없던 걸로 하자고 합의를 제안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이 소송 결과에 따라 억울하게 하 목사 측에 뜯긴 돈을 회수할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창립자 하용조 목사 아내 이형기 두란노서원 대표를 상대로 홍원 대한병원 이사장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소재 대한병원 전경. /허주열 기자

사실 이 소송은 홍 이사장이 두란노서원에 42억 원을 건네기 전 끝날 수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5차 변론기일에서 홍 이사장 측이 모친 최정화 씨와 이 대표가 2013년 4월 체결한 '두란노서원이 더웨이건설의 대출원리금 상환 책임을 진다'는 약정서를 뒤늦게 찾아 제출했기 때문이다. "더웨이건설과 두란노서원은 관계가 없으며, 홍 이사장이 상속받은 땅에 정당한 방법으로 근저당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던 두란노서원은 이 약정서가 나오자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6차 변론기일은 오는 4월 18일 열린다.

◆두란노서원, '남의 돈' 굴려 90억가량 차익 의혹

한편 지난해 말 홍 이사장에게 근저당권을 푸는 대가로 42억 원을 받은 두란노서원은 홍 이사장 부모의 땅을 담보로 빌렸던 돈으로 더웨이건설이 매입했던 땅을 SK D&D 측에 5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사실상 본인들의 지갑을 열지 않고 '남의 돈'으로 최소 92억 원의 이득을 얻은 셈이다. 최초 하림그룹에서 더웨이건설이 빌린 돈이 80억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돈을 굴리는 과정에서 추가로 더 많은 수익을 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두란노서원의 입장을 묻기 위해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위치한 본사를 찾았다. 하지만 두란노서원 관계자는 "답변할 사람이 지금 없다"며 "메일로 취재 요청 공문을 보내면 검토 후 회신을 주겠다"고 했다.

이에 즉각, 메일로 ▲더웨이건설과 두란노서원의 관계 ▲더웨이건설 채무를 상환하기로 약정을 체결하고도 갚지 않은 이유 ▲소송 취하의 대가로 이자 명목인 7억 원은 돌려주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 등을 질의했다.

답신을 받는 데는 꼭 한 달이 걸렸다. 지난 19일 두란노서원 관계자는 메일을 통해 "취재 요청 건은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sense83@tf.co.kr

*대한병원 vs 온누리교회 일가, '수십 억' 소송전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3월 26일자 "대한병원 vs 온누리교회 일가, 황당한 '수십 억' 소송전" 제목의 보도에서 '두란노서원을 설립한 하용조 목사가 더웨이건설의 실소유주이고, 두란노서원이 대한병원 이사장 소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추가 취재결과 하용조 목사는 더웨이건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거나 임원으로 재직하지도 않았고, 급여를 지급받거나 배당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실소유주로 볼 수 없고, 두란노서원은 임의경매를 통해 더웨이건설의 토지를 경락받아 낙찰대금을 납입하고 토지를 취득했고, 피담보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홍 씨 부부 토지의 근저당권을 이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따라서 "본인들의 지갑은 열지 않고, 남의 돈으로 최소 92억 원의 이득을 얻은 셈"이라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5월 21일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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