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허가' 탄원서·단독면회...틈틈이 지원사격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김경수 지사가 하루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단독으로 면회하고 이 같이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의 SNS에 김경수 지사의 자서전 '사람이 있었네' 재출간 소식을 전하며 애틋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1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12명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에 김경수 지사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를 낸 이날 김 지사가 자리를 비운 경남의 고성군과 거제시도 방문했다.
박 시장은 탄원서에서 "(김 지사의 구속은) 최근 2년 사이 두 번째로 맞이하는 도지사의 공백"이라며 "2017년 전임 도지사(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중도사퇴로 15개월에 걸친 직무대행 체제의 결과 경남 지역경제의 침체는 더욱 심화됐다"고 우려했다. 또 "김경수 지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찰과 특검의 수사와 사법부의 재판과정에 임해왔다"며 "현직 도지사가 법정구속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며, 경남 경제 재도약의 과정에 김경수 지사의 부재가 야기할 큰 타격과 도민의 피해를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탄원서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박 시장 측이 주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박원순 시장은 김경수 지사에게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특히 드루킹 사건으로 김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부터다. 의혹이 처음 제기될 때부터 "김 지사의 인품과 양심을 믿는다"며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 당선 뒤에도 자신의 대표 공약인 '제로페이'를 비롯해 7개 분야 민생정책을 경남도와 공동 추진하는 등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라고 하지만 박 시장의 관심은 남다르다. 박 시장이 자신과 함께 여권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일종의 '경쟁자'인 김 지사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눈에 띈다.
박 시장의 김 지사 지원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라는 위치와 민주당 시도지사 가운데서도 '맏형' 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박 시장과 김 지사가 한층 가까워진 때는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였다. 당시 김 지사는 박 시장에게 경남도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했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려면 박 시장 급의 거물이 출마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박 시장의 고향이 경남 창녕이기도 해 경남 출마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지만 박 시장은 단호히 거절하고 결국 서울시장 3선에 도전했다. 반면 김 지사는 박 시장의 거절로 어렵게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포기하면서까지 애초 고사했던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총대'를 메야했다.
김 지시가 드루킹 사건에 휘말린 것도 이때쯤이다. 박 시장은 '오비이락' 격으로 자신의 거절 뒤 출마를 결심한 김 지사가 드루킹 의혹에 거론되자 더욱 마음을 쓰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의 탓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가시밭길을 걷게 된 김 지사에게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를 배려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평소 그만한 정치적 계산이 부족하다는 게 박 시장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지난 김 지사 면회도 외부 요청 없이 박 시장이 먼저 추진한 것"이라며 "시도지사의 법정구속이 워낙 이례적인데다 박 시장과 김 지사가 함께 구상하던 사업이 많아 김 지사의 처지에 안타까운 마음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의 보석 청구 심문은 19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첫 공판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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