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권의 이슈토크] '물뽕' 최초 적발 김희준 전 검사 "버닝썬은 필연"

영화 공공의 적2의 실제 주인공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젊은층 마약 접근 너무 쉬워...미국 DEA같은 통합수사기관 필요"

[더팩트ㅣ대담=양덕권 부국장·정리=송은화 기자] 검사 시절 '마약 전문가'로 명성을 떨친 김희준(52) L.K.B&파트너스(법무법인 엘케이비엔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998년 광주지검 근무 당시 신종마약인 이른바 '물뽕'(감마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 GHB)을 최초로 적발했던 인물이다.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킨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 물뽕이 등장하면서 그가 다시 주목받는다.

김 변호사는 13일 서울 서초동 L.K.B&파트너스 회의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한 마약 접근성이 너무 용이해졌는데, 더이상 지금처럼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 버닝썬 게이트는 안일함의 대가이며 필연이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약 범죄 고도화에 따라 사회적인 경각심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마약 매매 당사자들끼리 만나 직접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너무 어려워졌다. 그런만큼 더이상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라고 경종을 울렸다.

또 빅뱅 멤버 승리 성접대 의혹부터, 마약판매 등 이번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에 "이미 시간이 지났는데 압수수색 해봐야 뭐가 나오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해선 안된다"며 "항상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며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7년 23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에 합류한 김변호사는 "L.K.B&파트너스는 현재 '서초동 김앤장'으로 불린다"며 자부심을 나타내고 "앞으로 부동산 및 건설, 재건축, 재개발 쪽에 초점을 맞춰서 전문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5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2는 김희준 변호사의 강력 검사 재직 시절을 모티브로 설경구가 열연해 화제를 모았다./공공의적 2 포스터

-성접대와 마약 의혹이 얽힌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마약 '물뽕'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적발한 마약 전담검사 출신으로서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평검사 때 주로 강력부에서 근무했습니다. 검찰에서 강력부는 조직 범죄, 마약범죄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이번에 논란이 되는 물뽕도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인 1998년에 최초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히로뽕을 밀매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검찰청에서 위장거래자금을 받아 접선을 시도했는데 다행스럽게 성공해 그들을 잡을 수 있었던 거죠.

-기존 히로뽕 같은 분말 형태가 아닌 물이었다죠.

히로뽕이라는 첩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분말형태라고 생각했는데, 압수물은 생수통 2통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생수통 안에 든 것이 뭐냐고 물어보니깐 히로뽕이라는 거예요. 요즘은 제조기법이 발달해서 액체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히로뽕 매매 혐의로 구속한 뒤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의뢰했는데, 결과가 그냥 물로 나왔죠. 너무 이상해서 유통경로를 추적했는데 오산에 있는 미군기지 안에 흑인한테서 샀다는 거에요. 미 공군 특수수사대에 연락해 이 물건을 판 사람을 찾을려고 했지만 가명을 쓰고 있어서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물뽕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죠.

물뽕 공식 이름이 '감마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GHB)에요. 어쨌든 제가 이 신종 마약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알리게 된 셈이죠. 그 당시 기자들이 우리말로 뭐냐고 물어서 물로 만든 히로뽕의 준말, 물뽕이라고 직접 작명까지 하게 됐죠. 그때 제가 의문을 갖지 않고 알아보지 않았다면 무슨 물질인지 몰랐겠죠.

20여년 전 물뽕을 최초 적발하고 작명까지 한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임영무 기자

-물뽕은 처벌도 더 엄격한가요?

법률상 자기가 스스로 투약한 것과 남을 투약한 것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투약하는 것은 더 위험하죠. 얼마나 투약했는지, 어떤 성분을 투약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이런 범죄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거겠죠. 특히 요즘 젊은 층은 마약의 접근성이 너무 쉽잖아요. 이태원에서도 살 수 있다는데...

-김 변호사가 최초 발견한 뒤 2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GHB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최초 발견한 21년 전 GHB는 미국에서 데이트 강간 마약으로 불렸죠. 이제야 부각이 되는 이유는 지금은 감정 기법이 생겼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감정기법이 없었어요. GHB는 특성상 감정기간이 통상 12시간, 아무리 길어봐야 24시간, 하루가 지나면 성분 확인이 안됩니다. 특히 본인이 투약하기보다는 여성한테 몰래 투약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투약을 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해봐야 이미 흔적은 안남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동안 국내에서 GHB사범에 대한 적발 사례는 가끔 있긴 했지만 거의가 밀매, 밀수사범처럼 물건 자체가 압수된 경우만 적발이 된거죠.

-최신 신종마약도 많다던데요.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죠. 사실상 신종마약은 새로운 물질이라기 보다는 기존 마약 성분을 조절해서 새롭게 만든 겁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메트암페타민, 즉 히로뽕 성분만 있었다면 이제는 메트암페타민하고 카페인을 섞는다던지, 그 비율을 70대 30으로 한다든지, 60대 40으로 한다든지 화학적 합성비율을 달리하면서 신종마약을 만들어 내는 거죠.

-버닝썬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무엇을 주의해야합니까.

사소한 부분도 방심하지 말아야죠. '이미 시간이 지났는데 압수수색 해봐야 별 다른 것이 나오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선 안되죠. 항상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점검하고, 확인을 하면서 물증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레짐작만으로 포기하면 절대 안됩니다. 특히 요즘은 마약 매매 당사자들끼리 만나 직접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전문적 마약사범들만 마약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거든요. 그런만큼 더이상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 아닌거죠. 마약 접근성도 쉬워졌고 마약 종류도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인적 물적 예산지원을 늘려 마약 확산을 막아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적, 물적 예산지원을 늘리는 등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검찰 강력부에 마약전담검사가 있고 마약수사관이 있는데 최근 검찰에서 강력부 폐지 논의가 나와 전담 검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어요. 마약사범은 급증하는데 수사 기능을 폐지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거죠. 그런데 사기가 낮으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 할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미국마약청(DEA) 같은 통합 마약수사기관이 필요한 겁니다. 기존 마약전문 인력을 흡수, 통합하고 더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하면 안 돼요. 통계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수사기관에서 많이 적발해내면 늘어나고 방치하면 적발 수가 낮아지니까요.

-마약전담 검사로 유명하지만 다양한 사건에서 성과를 거뒀죠.

광주지검에 있으면서 모범검사상을 받아 서울지검에 오게됐어요. 보통 서울로 막 전입을 하면 강력부나 특수부 같은 인지부서에 배치를 안 하는데 곧바로 강력부에 배치됐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영화 '공공의적2'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이었죠. 그 다음에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PD들이 유착돼 금품이 오갔던 사건을 수사해 수십명을 구속했죠. 유명 연예인이 많이 구속됐어요. 이 때 외신도 상당히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민의식 운동, 배려교통문화 실천운동 캠페인도 기획했던데요.

2015년 광주지검 차장검사할 땝니다. 광주지역이 전국에서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아요. 그래서 그전까지 간헐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을 했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나 효과가 없었죠. 이왕하는 것 지속가능한 캠페인을 해보자고 해서, 광주 시민의 자발적 참여 중심의 문화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배려교통문화 실천운동'이라는 캠페인인데, 'SOS 1000만명 캠페인'이라고도 불려요. SOS는 긴급구조 신호인데, 그만큼 이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SOS는 S(시작해요), O(오늘부터) S(서로 배려를)로 네이밍을 했어요. 당시 이 운동을 1000만명 정도까지 목표로 릴레이 방식을 택했어요. 캠페인송에 맞춰서 춤을 추고, 다음 주자를 지정해 나가는거죠. 저를 시작으로 전개가 됐는데 3개월 만에 전국으로 퍼져나갔어요. 100만명 넘게 참여했고. 심지어 독도 경비대까지 참여할 정도로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캠페인 덕분인지 실제 광주·전남 지역 교통사고율이 줄었어요.

-캠페인 율동을 직접 만들었다던데 평소에도 춤을 잘 추시나요.

제가 몸치로 소문났어요. (웃음) 율동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캠페인송은 유명한 작곡가 이단옆차기가 재능기부했구요. 직원들과 점심시간에 노래를 틀어놓고 가사에 맞춰 율동을 짰어요.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시민의식 운동, 배려교통문화 실천운동 캠페인을 이끌며 100만 명 넘는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냈다./임영무 기자

-L.K.B&파트너스에 합류한 계기가 있나요.

법률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또 여러 전문가가 모여야 시너지 효과가 있죠. L.K.B&파트너스는 모든 분야의 법률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2017년 11월 합류하게 됐어요. 법조인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한거죠. 아시겠지만 L.K.B&파트너스는 현재 '서초동 김앤장'으로 소문났어요. 송무분야 최강자로 인정받는 추세라서 보람을 느끼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했지만 가정에서는 어떨지 궁금한데요. 본인이 바라는 아버지로서 모델이 따로 있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가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늘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구요. 공조직에 있을 때보다는 확실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니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나름대로 시간 조절이 가능하고 눈치 안 보고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검찰에 있을 때는 조직에 누가 될까봐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죠.

-좌우명이 있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요.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자'에요. 결과는 사실 하나님의 뜻에 맡겨지는 것이겠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자랄까요. 이제 검찰 조직을 떠난지 1년 6개월 정도 됐네요. 검찰에서 나와 바로 LKB파트너스에 합류한 만큼 앞으로 부동산 및 건설, 재건축, 재개발 쪽에 초점을 맞춰서 전문화할 계획입니다.

[약력]김희준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

2016~2017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차장검사

2015~2016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14~2015 의정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13~2014 제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12~2013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장

2011 대전지방검찰청 형사2부장 검사

201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장검사

2009 법무부 국가송무과 과장

2007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

2006 청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2003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 검찰연구관

2000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8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1996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검사

1990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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