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전국체전 참석 이후 처음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987년 이후 32년만에 광주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분은 무소불위의 현직 대통령에서 피고인 신세로 급락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1일 낮 12시34분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부인 이순자(80) 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한 지 4시간여 만이다.
전씨의 광주 공식 방문은 1987년 10월13일 광주무등경기장에서 열린 제68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참석 이후 32년만에 처음이다.
전씨는 당시 개막식 축사에서 "이번 전국체전은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예비행사"라며 "올림픽 사상 가장 성대하고 모범적인 인류 화합의 대제전을 개최해 한국인의 확고한 평화의지를 지구촌에 심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10민주항쟁 이후인데도 5.18 유혈진압은 전혀 언급없이 이듬해 열릴 서울올림픽만 강조했다.
전씨는 지금까지 5.18 유혈진압을 놓고 공식 사과한 바는 없다. 다만 1988년 11월 23일 5공비리 국회 청문회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연희동 자택에서 백담사로 떠나면서 발표한 대국민사과문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태는 민족사의 불행한 사건이며 가슴 아픈 일"이라며 "대통령이 된 뒤에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후회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과 한이 조금이라 도풀어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사과 의향을 비춘 적은 있다.
그러나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는 5.18을 '광주 사태'로 깎아내리면서 "북한 특수부대에 의한 도시게릴라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신동아 2016년 6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만원씨가 주장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듣고 "오늘 처음 듣는데"라는 반응을 보인 것과도 상반된다.
또 회고록에서 폭력진압과 헬기사격 등도 부인하면서 이를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결국 광주 법정에 서게 됐다.
전씨는 1996년 8월 5.18 유혈진압, 내란죄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바 있다. 당시 추징된 2200억원은 절반이 조금 넘는 1174억원만 낸 채 아직도 완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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