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장 "환자는 '경·중증' 모른다" <상>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은 15일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쏠리는 현상과 관련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환자 쏠림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거점병원 등 제도적 개선이 미진했기 때문으로 지적했다./수원=임영무 기자

국내 응급의학계의 큰 별이었던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설 연휴 근무 중 갑자기 숨지며,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환자는 많고, 의사는 적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응급실에 대한 인식 및 운영 등 다양한 문제로 응급의료 체계는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팩트>가 국내 응급의료 현황과 문제, 개선이 더딘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또한,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과 함께한 24시간 동행 취재로 '전쟁터'와 같은 응급의료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한다. 나아가 전문가를 만나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밤에 갈 병원도 없고, 진료 의사 없어 대형병원 응급실 오는 것"

[더팩트ㅣ수원=이철영·임현경 기자] "그동안 '환자들이 경증인데도 큰 병원에 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단 말이죠. 환자는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 모른다. 자신의 증상을 더 중하게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환자가 대형병원을 찾는 걸 비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기상청 예보보다 많은 눈이 내린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조준필(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소위 말하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조 회장의 이 말에는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가진 문제들을 포괄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전달시스템의 현실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망 이후 국내 응급의료와 관련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고인이 응급의료에 쏟았던 열정은 의료인은 물론 국민에게 존경이 되고 있다. 조 회장도 고인의 사망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응급의학회가 창립된 지 올해로 30주년이다. 의미 있는 해인데 이런 일이 생겨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윤 센터장은 약 20년 가까이 응급의료체계의 여러 정책에 관여해왔다.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했는지 알게 돼 가까이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저도 깜짝 놀랐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조 회장이 말한 것처럼 고인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누구 보다 애썼다. 따라서 지금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다룰 가장 적기인 셈이다. <더팩트>는 윤 센터장 사망으로 관심이 높아진 응급의료체계의 현실과 개선 방향을 조 회장을 통해 들어보기로 했다. 조 전 회장은 <더팩트>와 약 1시간 30분간 인터뷰에서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와 개선 방향을 역설했다.

조 회장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문제와 관련해 인구에 맞게 병원들이 곳곳에 있어 환자를 흡수해야 과밀화를 막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문제로 꼽았다. /임영무 기자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현상, 그게 왜 환자 탓이에요?

하얀색 가운에 푸른색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 조 회장은 언제든 응급실로 뛰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모습이다. 응급의학과 교수인 조 회장에겐 가장 편안한 복장이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은 최근 고인이 된 윤 센터장과 관련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자신보다 후배 의사였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기에 조 회장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윤 센터장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했는지 몰랐다. '윤 센터장이 이렇게까지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결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현재 학회 내에서 윤 센터장 가정의 어려운 형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돕자는 의견이 있다. 학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윤 센터장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윤 센터장은 떠났지만,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응급의료체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의료시스템 전체와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을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몰려있는 모습. /더팩트DB

조 회장은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는 문제에 관한 지적이 많은데, 환자 스스로 경증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환자가 '경증이겠지'하고 갔는데 중증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구급대원도 환자를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에 큰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다. 환자를 위해서도 그게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는 건 당연한 거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더 중하게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가 대병병원 응급실에 가는 문제를 비난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믿고 갈 수 있는 응급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대형병원으로 오는 것이다. 이게 잘 구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인구에 맞게 병원들이 곳곳에 있어 환자를 흡수해야 과밀화를 막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문제이다"라며 "그런데 왜 큰 병원만 가려고 하느냐고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환자들을 비난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응급실에 와도 병실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문제도 있다. 병실이 부족해서일까. 조 회장은 "병실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병실은 굉장히 많은데 가득 차 있는 거다. 또, 응급환자는 질병이 없었던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다. 지병이 있는 환자들도 많이 온다. 그렇다면 누구나 자신이 관리받았던 병원에 가고 싶어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 쏠림 현상은 모든 대형병원이 가진 문제"라고 했다.

결국, 환자들은 갈만한 병원이 없어 대형병원으로 오지만, 환자들이 빠지지 않으면서 정체 현상 즉, 과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응급의료체계 현실을 말하며 허무한 웃음과 한숨을 여러 번 내쉬었다. 그는 특히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환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문제를 지적할 때는 더욱더 그랬다.

응급의료체계 및 중소병원의 거점병원 화 관련해 설명하는 조 회장. /임영무 기자

◆'바보야 문제는 제대로 된 '거점 병원'이 없는데 있어~'

조 회장의 말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이 경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사도 환자의 정도를 간과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여전히 응급의료체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만약 대형병원 응급실이 아닌 바로 근처에 괜찮은 응급실만 있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조 회장이 시급한 개선 필요성으로 '거점 병원'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 회장은 거점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 현실은 만만치 않다. 민간에게 의료를 맡기다시피 한 국내 환경에서 개인에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중소병원들이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경영상의 문제로 노인전문병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와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병원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이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거점병원의 응급환자 진료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조 회장. /임영무 기자

그는 "중소병원들이 거점병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 제가 볼 때 그런 병원들이 지역 거점병원이 될 것인가를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가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병원의 거점병원화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정부가 돈이 많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 회장은 "정부에서 거점병원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응급의료뿐만 아니라 의료체계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환자들은 권역응급센터 간판이 없어서 그 병원에 가지 않는 게 아니다. 적정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밤에 갈 병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막상 찾은 그 병원에 진료 의사가 없어 대형병원 응급실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간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국가가 예산을 투자해서라도 지역 거점병원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중소병원의 공공병원 화는 예산을 투입해 시기를 앞당기거나 이것도 여의치 않다면 공공병원을 세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조 회장은 "중소병원에 공적 비용을 투입해 살릴 것인가? 아니면 국가에서 공공병원을 세울 것인가? 민간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국내 상황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 문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부분"이라며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것들이 공공병원이 들어서면서 바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현재 공공병원들이 2차 병원 역할을 해줬으면 좋을 것 같고, 많은 인프라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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