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는 정부 '협조'만…"부작용 연구 필요해"
[더팩트|문혜현 기자] 독감 처방 약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여중생이 환각 증세를 보이며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불안감이 확산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 서한 배포 등 대응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로서 최선은 사전 고지를 충분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 고지나 안전성 서한 배포에도 국민 불안감이 가라앉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타미플루 복용은 안전할까. 김정기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바이러스학 박사는 2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고 처방했을 때와 안내를 듣고 부작용을 겪었을 때 결과는 다르다"며 "보호자가 관찰하다가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이상 증상이 발현됐을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처방 과정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식약처에 신고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적절한 안내를 받도록 하는 게 맞다.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도 이 방법을 최선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타미플루 복용과 섬망 증세(의식장애와 내적인 흥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운동성 흥분을 나타내는 병적 정신상태)의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 박사는 "어린아이들이 독감에 걸렸을 때 고열이 발생하면서 환각 증상, 다시 말해 '비몽사몽' 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타미플루를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닌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7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정부 차원에서 10세 이상의 사람에게 타미플루 처방을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연관성이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아 조치는 해제됐다.
김 박사는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특히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원인을 신체 대사상의 차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청소년뿐만 아니라 유아에게도 타미플루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그 때문에 복용 시에는 꾸준히 관찰하고, 틈틈이 이상한 곳이 있는지 물어 보살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의 빈도수가 높지는 않지만, 복용이 끝날 때까지 면밀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처가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타미플루 5개 품목에 대한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년도 55건에서 2016년 257건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2014년 이후 타미플루 관련 사망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이상사례는 간 기능 이상(1), 심장정지(1), 추락(1)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도에는 실제로 섬망 증세로 21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데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전에도 식약처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구와 모니터링 활동을 벌여왔다. 식약처가 배부한 '안전성 서한'에 따르면 '타미플루캡슐'은 국내 허가사항 '경고사항'에는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를 수 있음, ▲소아, 청소년환자에게 이 약에 의한 치료가 개시된 이후에 이상행동의 발현 위험이 있다는 것과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은 소아, 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환자 미 가족에게 설명할 것 이라는 내용이 반영돼 있다.
더불어 약물 제조회사에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박사도 "빈도수는 낮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약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 확인 결과 타미플루를 국내에 공급하는 한국 로슈는 아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적으로 시판 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될 경우 모니터링 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 당국 조사에만 협조하고 있다.
김 박사는 "회사 차원에서는 타미플루에 대해서 임상 허가가 나고 부작용이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연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왜 어린아이들에게서 특히 발생하는지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면밀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A형 독감 회복을 위해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데 대해선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처방을 받는 게 낫다. 전파력이 감기보다 높을 수 있고, 폐렴으로 번질 경우 신체적인 위험도나 경제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처방을 받는 게 우선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