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피해 '불법 증축·노후시설'이 키웠다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22일 천호동의 한 성매매 업소 화재는 불법 증축과 노후시설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등 관계자들이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을 하는 모습. /천호동=이새롬 기자


현장 대부분 화재 취약…2002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

[더팩트|천호동=문혜현 기자] 다섯 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2일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는 불법 증축과 노후시설에 따른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화재 현장 2차 합동 감식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는 화재감식반, 과학수사대 등 요원들은 주황색, 흰색 작업복을 갖춰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현장을 분석을 시작했다. 1층에서 불이 시작된 이번 화재 원인으로는 연탄난로 사용, 노후시설 문제가 지목된다.

주요 원인으로 꼽힌 연탄난로는 성매매업소의 호객행위를 위해 마련된 1층에 놓여 있었다. 성매매업소가 모여 있어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천호동 일대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거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도시가스가 끊겨 대부분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에도, 밤에도 영업을 한다는 업소들 주변엔 다 태운 연탄들이 버려져 있었다. 이날 오전 성매매업소에서 나온 직원 D씨(50)는 다 태운 연탄을 나르며 "이 근방엔 다 연탄난로를 쓴다"고 했다. 이 일대는 천호2지구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이달 말까지 모두 비워야 하지만 지금은 거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성매매업소들만 남아 있다. 주변을 지나던 한 남성은 "개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아직 정확히 언제 될지는 모른다. 그래서 여관들만 남은 거다. 돈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뒤편엔 다 사용한 연탄들이 놓여 있었다. 지난 22일 발생한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원인으로 1층에 놓여있던 연탄난로가 지목됐다. /천호동=문혜현 기자

서울 강동경찰서서 관계자는 "40명 규모의 전문수사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라면서 "건축법 등 관련법 위반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은 언젠가는 화재가 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한다. 인근에서 박스를 줍는 B씨(60)는 "연탄난로 주변에 수건 같은 걸 널어놓고 말리고 뒤집고 한다"며 그동안 봐왔던 장면들을 전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주민 C씨(65)는 "1층엔 커튼이 크게 달려 있다. 거기 불이 붙어서 번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상자를 낸 것과 관련해 "2층에서 옆 건물 사무실 뒷문이 통하는 거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뒤로 나오는 문이 있는데도 불이 나니까 당황해서 잘 못나왔던 거다"며 "여성들이 키우는 강아지 3마리도 같이 죽었다"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주 박 씨는 불이 난 사실을 알고 안에 있던 여성들을 구출하려다 가장 먼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 자치단체인 '한터전국연합천호지부'를 운영하던 이차성 회장은 "전화 받고 뛰어나와 상황을 봤다. 박 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 바로 옆 세탁소 사장 이 씨(67)는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철거를 위해)가게를 비워놨었다. 당시 길을 지나던 사람이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바로 옆 갈비탕집에 이야기했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소방대원들은 2분 만에 왔다. 현장에 온 박원순 시장에게 빨리 대처해주셔서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세탁소로 불길이 번졌다면 안에 있던 옷들에 불이 붙어 화재가 커질 수도 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씨는 "골목에 있는 건물 창문에 다 쇠창살이 달려 있다. 알루미늄 창살이다"라며 "문제는 불이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세탁소라서 소화기를 놔둔다"라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천호동 집창촌 일대의 성매매업소는 약 120~130개 정도로 알려졌다. 대부분 건물이 지은 지 50년가량 된 낡은 건물인데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어 2002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인근엔 구역을 나누어 관리하는 표시가 붙어 있기도 했다.

밤샘 영업이 끝난 후 쉬고 있던 피해자들이 쉬던 건물 2층의 작은 창문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때문에 화재 현장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천호동=이새롬 기자

앞서 지난 22일 오전 11시경 천호동 성매매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층 업소를 완전히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지만, 함께 구조된 6명 중 업주인 박 모(50)씨 등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고 3명이 연기를 마셨다. 이중 중상을 입은 2명 중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밤새 영업 후 합숙소로 이용하던 2층에서 함께 잠을 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여성 A씨(27)는 잠을 자던 중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소방관의 도움으로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불이 난 건물은 1968년 준공된 낡은 건물로 벽돌과 슬래브로 건축됐다. 때문에 적절한 비상계단과 탈출구,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성들이 자고 있었던 해당 건물 2층은 기존에 있던 창문을 막고 새로 벽과 창문을 만들어 여러 방으로 나눈 '불법 증축'이 이루어진 구조였다. 40평 남짓한 공간을 방 6개와 화장실 1개, 복도로 나눠놓아 방들이 밀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에 달린 작은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탈출에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다른 주민 E씨는 성매매업소들이 현장감식 때문에 저녁 장사를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원래 24, 25일이 손님이 몰리는 때다. 그런데 화재가 나고 현장감식반과 취재진이 드나들면서 당분간 영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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