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근본 원인
[더팩트|이진하 기자]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으로 화재? 부끄럽다"
경찰은 7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으로 '풍등'을 지목하고, 8일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 A 씨에 대해 중실화(중대한 과실로 인해 물건·건물을 태워 없앤 범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과하다는 여론이 뜨겁다.
9일과 10일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청원자들은 "풍등을 날려서 화재가 나는 허술함이라면 오히려 스리랑카인에게 상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경찰의 수사에 반발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의 과실이 더 크다. 죄는 우리 안에서 안전불감증과 책임자들의 안전 경각심에서 일어난 참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송유관공사 앞마당에 떨어져 불씨가 잔디밭으로 옮겨 붙은 것은 사실이나 송유관공사에서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풍등 불이 잔디밭에 떨어진 것은 오전 10시 36분. 이후 18분 동안 불길이 번졌고, 오전 10시 54분에 폭발이 일어났다. 즉 저유소 상황실에서 화재가 난 것에 대해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내 유치원은 건물이 일부 붕괴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당시 서울시 교육청은 유치원을 임시휴교 조치를 취하고 급 수습에 들어갔다. 이 사건도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
상도유치원의 건물이 기울어지기 한 달 전 유치원 원장실에서 건물 안전대책 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공사 안전진단 책임자가 유치원 건물에 균열이 심하니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책이 없이 시간만 흘러 보내다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난달 18일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가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사육사의 부주의로 사육장 시건장치가 제대로 잠기지 않았다. 또한 탈출 뒤에도 부족한 CCTV와 안전장치로 인해 퓨마 포획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퓨마는 포획에 실패했고, 사살로 이어져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동물원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퓨마가 사살된 다음 해당 동물원은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곳곳에 남아있는 안전불감증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