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압수수색은 자택 뺀 자동차만?

검찰이 사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지만, 일각에서는 형식적 영장 발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양 전 대법원장이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이동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여전히 '형식적 영장 발부' 지적 이어져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사법농단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를 시작한 지 약 100여 일 만에 이뤄져 주목된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등이 아닌 자동차에만 한정해 보여주기 수사에 불과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차례로 지냈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양 전 대법원장 등을 비롯한 이들에 대해 수차례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검찰의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조직 감싸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법원은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등의 사유를 들며 기각해왔다.

검찰은 법원의 잇따른 기각에 50여명의 전·현직 법관들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벌였고, 다시 한번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이번에는 검찰의 영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받아들이자 영장전담 판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에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법농단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자택 등이 아닌 자동차에 한정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 등 영장 일부가 기각된 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형식적인 영장 발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차·박 전 대법관의 주거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발부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동안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받아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차·박 전 대법관은 2013년과 2014년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을 논의한 의혹, 고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부산법조비리 사건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당장 소환 조사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일단 차·박·고 전 대법관을 차례로 조사한 후 정점에 있은 양 전 대법원장을 이르면 10월 말게 검찰 포토라인에 세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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