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차 의사총궐기대회…복지부 "적정 수가 검토하겠다"
[더팩트 | 김소희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대규모 집회를 가진 지 5개월 만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케어 저지 및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등에서 의협 회원 및 관계자 7000여 명(경찰 추산, 의협 자체 추산은 5만1000명)이 참가했다.
문재인 케어는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현재 3800여 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단계별로 건강보험을 적용한 뒤 2022년까지 30조6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건강보험 혜택을 높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5년 내 급여 항목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전환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정부와 대화를 위한 '의정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대화에 진정성이 없거나 일방적으로 (문재인 케어를) 강행한다면 즉각 대화를 중단하고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낮은 수가는 그대로 두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만 할 경우 오히려 보장성이 악화된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국민을 속이고 가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위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해 건강보험료가 대폭 인상된다는 것이다.
집회 참여자들은 손에 '문재인 케어 저지', '의료진 부당 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집회 뒤인 오후 3시께부터 '비급여 전면급여 건보재정 파탄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하기도 했다.
의협은 집회에 이어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한 뒤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호소문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아니라 진료의 내실화, 필수 의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과 관련, 의료진이 소신 있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고 관련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최대집 회장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실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에게 '업무태만'이라며 일반 형사범죄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료진이 부당하게 구속돼 수사·재판받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인 중환자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의협이 주장하는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의 집단반발에 밀려 정부 정책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다만 의료계의 우려를 덜기 위해 보장성 강화에 따른 적정 수가 체제 마련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집회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는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대변인은 "의사란 국민의 복지를 우선해야하는 공적인 책임이 있는 직업"이라며 "국민의 보장성 강화란 국가 정책에 동조보단 이익부터 내세우는 행동에 대해 잘못됐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