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손상된 화폐만 3조 육박, 관련 처벌은 無
[더팩트|이진하 기자] 어버이날 꽃만 사는 것이 마음에 걸려 좀 더 특별한 선물을 주고자 인터넷에서 본 '돈 카네이션'을 찾아봤다. 혼자 시도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워 꽃가게를 찾았더니 이미 5만 원권 화폐로 꽃을 포장하는 플로리스트. 그런데 가만 보니 돈에 테이프를 붙이고 꾸기고 하는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린다. 화폐를 훼손하면 처벌 받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괜찮을까.
5월은 가정의 달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특히 8일 어버이날과 15일 스승의 날은 작은 꽃 한송이로 한 해동안 부모님과 스승님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5월 꽃집 앞은 손님들로 문정성시를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꽃 한송이보다 '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돈'이 실용성과 편의성을 갖춘 선물이라며 인기가 높다. 현재 플로리스트인 A 씨는 "작년부터 현금을 가져와 꽃을 포장해 달라는 손님이 늘었다"며 "고객의 기호에 맞게 하다 보니 돈으로 꽃을 포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폐 훼손이 적지만 대형마트 이마트에서도 '플라워 용돈 박스'라는 상품을 기획해 대대적인 홍보와 판매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모바일 기프티콘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돈 카네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인기가 높은 이색 선물에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화폐 훼손' 과연 괜찮을까'. 이 의문을 풀고자 <더팩트>는 한국은행 발권 정책팀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러자 한국은행 발권 정책팀 담당자는 "주화(동전)에 경우는 관련 처벌이 있으나, 은행권(지폐)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 법규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은행 측은 화폐 훼손에 대해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53조 2항의 경우 한국은행 허가 없이 영리 목적으로 주화를 용해, 분해, 압착 이런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며 "지폐의 경우에는 법령이 없다. 주화에 경우에도 '영리 목적'으로 훼손할 경우에 처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 해 손상되는 화폐는 어느 정도일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폐기한 손상화 폐액은 3조 7693억 원이다"라며 "훼손된 은행권은 남아있는 면적이 3/4일 경우 전액 지급, 2/5 이상일 경우 반액, 2/5 미만일 경우 지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더불어 화폐 교체에 드는 비용으로도 617억 원이 든다고 덧붙였다.
유행처럼 번지는 화폐 꽃다발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매년 화폐 훼손액이 증가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