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작가 폭로에 박재동 화백 "기억 없어"
[더팩트|이진하 기자] 웹툰 작가 이태경이 시사만화의 거장 박재동 화백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백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로써 문화계를 넘어 만화계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26일 'SBS 8 뉴스'는 웹툰 작가인 이태경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태경은 2011년 결혼을 앞두고 있던 당시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만난 박재동 화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태경은 "수년 전 박재동 화백이 반갑다면서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치마 아래와 다리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며 "성추행당했던 과거를 폭로했다.
이어 "(박재동이) 예비신랑과 성행위를 해봤냐", "내가 주례해주면 너는 뭘 해줄 수 있나", "나랑 호텔에서 춤 한 번 춰줄 수 있나" 등 폭로를 이어갔다. 또한, 이태경에게 박재동은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맛있게 생겼다"등의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태경은 사건 직후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곧바로 말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자신이 삽화가로 참여한 한국만화가협회 공정 노동행위 및 성폭력 사례집에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박재동이 이태경에게 전화를 걸어 사례 내용이 자신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제보 사실을 캐묻기만 하고 사과 한 마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태경의 폭로와 관련해 박재동 화백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다"며 "내 기억에 성희롱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우리가 그때 막 친하게 다 지내고 격이 없이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엇을 두고 성희롱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재동의 해명과 달리 박재동이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여자는 보통 비유하기를 꽃이나 과일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며 "상큼하고 먹음직스럽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씨를 얻을 수가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박재동 교수에 말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등 강력한 항의가 있자 박재동은 세 차례에 걸쳐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한편, 박재동의 성추행을 폭로한 이태경은 성균관대 국문과에 입학한 뒤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 2004년 성인 여성의 당당한 이야기를 그린 '마리아 마리아'로 데뷔했다. 해당 작품은 당시 월간 순정이 '허브'에 연재됐다.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 '만화 속 세상'에 진출했다. 이밖에도 카카오페이지, 코믹뱅 웹툰에 연재된 '악랄한 솜사탕', 미스터블루에 연재된 '러브 미 파파', 코미코에 연재된 '사내연애' 등 다양한 웹툰 플랫폼을 거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