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한국 컬링의 대반전과 현실, 그리고 미래

엄청난 대반전을 이끌어내며 평창 올림픽의 신데렐라가 된 컬링은 격렬함이 적은 대신 놀이적 요소가 강한 게 겨울 레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강릉=임영무 기자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쓸데없이 ‘카톡질’ 하지 말고 컬링 보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나 응원하자,"

"난 아무리 봐도 컬링은 스포츠 같지 않아. 빗질하는 게 얼마나 운동이 될까?”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됐을 때 친구들과의 카톡방에 오른 이야기다. 나 역시 스포츠로서의 컬링에 회의적이어서 나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그 후 컬링은 엄청난 대반전을 이끌어내며 평창 올림픽의 신데렐라가 됐다. 컬링을 패러디한 각종 영상물이 쏟아지는가 하면 경북 의성출신 컬링 선수들은 이제 거의 ‘국민 언니’ 내지는 ‘국민 누이’가 됐다. ‘안경 선배’ ‘영미야~’ 등 숱한 이야기꺼리를 남기며 국민들의 사랑을 듬푹 받았다.

선수들도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 승승장구했다. 캐나다 스위스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 비록 스웨덴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평창 올림픽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2주간 TV로 경기를 보면서 규칙, 경기방식 등 컬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지만 여전히 스포츠보다는 게임 또는 놀이적 요소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신체적 측면이다. 컬링은 둥글고 납작한 20kg 가량 되는 돌(스톤)을 빙판 위에 밀어 반경 1.83m의 원 안(하우스) 표적에 가깝게 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기다. 경기가 열리는 2시간 40분 동안 내내 빙판 위에 서있어야 해 기본 체력이 있어야 한다. 스톤이 가는 길을 브룸이라는 솔로 닦을 때에는 100m를 전력질주하는 것처럼 순간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해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컬링이 축구, 농구 등 구기(球技)는 물론 스케이트, 스키 등 다른 동계 스포츠처럼 엄청난 근력과 체력, 운동량이 요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 동계 스포츠의 칼로리 소모량을 조사한 자료를 보니 컬링은 1시간에 270칼로리가 소모됐다. 아이스하키와 스케이팅이 각각 640칼로리, 크로스컨트리 800칼로리, 스노보드가 500칼로리 소모되는 것에 비하면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컬링은 신체보다는 오히려 머리를 많이 쓰는 두뇌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체력에 바탕을 둔 고도의 기술보다는 스위핑을 통해 상대편이 쳐놓은 가드를 어떻게 우회하고 하우스 안에 있는 스톤을 어떻게 쳐낼 것인지 지혜를 짜낸다. 관중들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수들과 하나가 되고 선수들이 사용한 전법이 성공할 것인지를 숨죽여 지켜본다. 이런 게 컬링의 묘미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컬링의 값비싼 장비는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스톤은 개당 150만원 안팎이다. 경기를 하려면 16개가 필요하니 30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든다. 여기에 신발도 빙판에 알맞은 특수한 소재를 써야 해 20만원 선에 이른다. 또 스위핑 브러시와 패드 등도 20만원 가량 들어간다고 하니 이래 저래 돈이다. 여기에 컬링 장갑(3만~5만원)도 있어야 한다. 경기장도 국내에 다섯 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컬링 선수들도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일반인이 즐기기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격렬함이 적은 대신 놀이적 요소가 강한 것은 컬링이 겨울 레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얼마 전 끝난 화천 산천어 축제를 보니 간이 컬링장이 마련돼 있었다. 아마 앞으로 송어축제, 빙어축제 등 겨울 축제의 얼음판에는 컬링장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움직일 수 있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은 노인레포츠나 생활체육으로 적격이다. 장비의 부담은 기술이 발전하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톤만 해도 동호인용은 6만원이라고 하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신데렐라처럼 부상한 컬링이 어떻게 진화해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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