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대석>은 '이슈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계 각층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사회·문화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에 대해 '이슈 인물'이 생각하는, 느끼는, 판단하는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법조계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피해는 젊은 변호사에게…사법부가 소수 입장 대변해야"
[더팩트 | 서초=김소희 기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느 한쪽이 완승하는 형태의 법조 개혁이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이찬희(54·사법연수원 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설 연휴를 앞둔 12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논의들에 대해 "법조 개혁의 중심은 국민 인권을 어느 기관이 더 잘 보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수사권을 누가 가져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수사권을 행사해야 국민의 인권이 보호되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체 변호사의 약 75%, 1만7700여 명의 변호사가 속해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의 제 94대 회장이다. 2005년 서울변회 재무이사를 시작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변회 회무를 담당했다. 서울변회와 관련된 각종 운영과 회계 업무를 처리하면서 익힌 감각은 서울변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됐다. 어떤 방향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그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수많은 변호사들을 대변하기 위해 검찰·경찰과 소통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검찰 개혁' 일환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중 어느 쪽이 수사권을 갖게 될지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지켜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지금 나오는 안들은 모두 피상적이다"면서 "경찰 개혁안이든 검찰 개혁안이든 자신들이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설득력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의문이 든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발표도 국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해석했다. 이 회장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판사들 간의 갈등은 국민 입장에선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그들의 모습에 국민은 '내 인생이 걸린 재판을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지켜지는 데 언론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언론이 사법부를 보호하지 않고, 사법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사법제도를 흔들 뿐이라고 느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측면도 있지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법원 내부 목소리들이 정리될 때까지 지켜봤으면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사법 제도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는 이 회장에게 '영원한 과제'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줄곧 '사시 폐지와 로스쿨 존치'를 주장해 왔고, 지난해 1월 23일 서울변회 정기총회에서 4503표(53.5%)를 얻어 회장으로 당선됐다. 로스쿨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이 회장은 "로스쿨의 취지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함인데, 지금은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기관이 돼버렸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로스쿨 도입에 관여한 만큼 로스쿨 제도 완성에 책임을 가지고, 개혁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의 눈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변호사들은 잠재적 피해자다. 선배 법조인들의 잘못된 생각과 관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젊은 변호사들이다.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법조인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법조인은 우리 사회의 소수 엘리트다. 과거 선배 법조인들이 소수 엘리트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특권을 누리면서 오만했고, 이로 인한 피해를 젊은 변호사들이 받고 있다"며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팍팍한 현실 속에 놓여진 젊은 변호사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재벌 3세가 변호사를 폭행한 일에 대해 앞장서서 성명을 낸 것도 젊은 변호사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다.
이 회장은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도 본인이 정한 원리 원칙을 고수할 계획이다. 이에 회원들과 국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의 의견에 함께 할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처음으로 대한변협과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의견이었다"며 "보다 적극적인 입법 해석과 역할을 하면서 소수,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나눈 일문 일답.
-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질문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 했던 것과 최근 검찰·법무개혁위원회 발표는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도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각 개혁위원회의 위원들이 그 조직을 대변하는 게 아닙니다. 조직을 개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개혁위원회로 간 거예요. 따라서 개혁위의 안이 최종안이 될 수 없어요. 모든 안이 섞인 후 충분한 합의와 토론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수사권을 누가 가져갈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권력 구조 개편이 중요한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누가 수사권을 가지고 행사를 해야 국민의 인권이 보호되느냐, 누가 국민의 인권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경찰개혁안이든 검찰개혁안이든 둘다 자신들이 더 잘한다는 얘기들인데 어떻게 잘하고 있고,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설명이 있는지 의문이네요.
모든 법조 개혁의 중심에 국민의 인권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기관이 더 잘 보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권력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각 내놓은 안들이 최종적으로 잘 정리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국민의 여론에 근거한 판단을 해야겠죠. 국민 여론 청취한다는 것도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이고요. 권한이 주어졌다면 그에 따른 책임과 견제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 기관이 절대적으로 비대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어떠한 권력이든 견제가 없으면 부패하게 돼있습니다. 이 과정에선 정치 논리가 개입되서는 안 되고요. 당리당략에 따라서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는 건 국가적으로 아주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정부에서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하나의 안일 뿐이죠. 모든 안들은 이후에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논의돼야 합니다. 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법을 만들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정치논리나 당리당략(黨利黨略)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죠. 아직 시작 단계잖아요. 그래서인지 자신들을 지키려는 안들만 나온 것 같습니다.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내려놓겠다는 건 눈에 띄지 않네요. 국민을 위해 갖고 있던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하면, 국민의 지지 여론이 그쪽으로 쏠릴 겁니다.
- 요즘 법조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특히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결과에 대해 묻고 싶다. 블랙리스트는 없지만, 판사 동향 문건은 있다는 추가조사위 발표가 있었다.
저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다만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법원 내 판사들의 갈등은 정말 우려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판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법정 내 근엄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익명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판사가 썼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내용이에요. 이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적으로 보일 거예요. 누가 했는지와 관계 없이 국민들은 법원에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재판을 맡길 수가 없게 될 겁니다. 개혁의 전체 흐름 속에서 필요하다 아니다 문제를 떠나서 판사들이 익명게시판을 통해서든, 어떤 경우로든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을 하는 부분들이 법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법원은 국민의 권리 구제 기관이 돼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사법 제도의 존립 근거가 흔들리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법원 내부 갈등을 언론에서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투견판 들여다보듯이 물고 뜯는 싸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가 바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익명게시판에 나와 있는 글들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서 판사들의 자질 문제 등으로 거론하면 결국 법원의 신뢰, 사법제도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가 되거든요.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요. 우리 사법부가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되고, 순수한 기관으로서, 인권보장을 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다수결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원칙 속에서 사법부가 소수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본래의 기능을 찾아가려면 외압에 흔들려서는 안 되거든요. 내부적으로도 흔들리면 안 되고요. 그렇다면 일정기간 언론에서 사법부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포함해 대대적인 사법행정 개혁을 예고했다.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명수표 인사개혁'이 시작되는 것인가.
인사라는 건 문제가 있을 경우 전면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일각에서는 법원행정처에 대해 코드 인사를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반대되는 사람으로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새로운 인사로 인한 결과가 또 다시 한쪽으로 편향돼서는 안 되겠죠. 판사들 안에서 어느 라인으로 가야 출세가 보장된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견제와 균형이 있는 인사를 한다면, 점차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개혁 의지가 분명하다면 그 인사가 지나치게 편향적이거나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일단 지지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대신 법원행정처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법원행정처 조직이 커지면서 법원이 외부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국선전담변호인제 운영, 논스톱 국선변호인 제도 등입니다. 이것들은 법원이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법원이 확장해서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인식됩니다. 즉, 사법을 확장하는 '사법확장주의' 편향성으로 보여지는 거지요. 사법부가 자신의 존재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너무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니 오히려 변호사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논스톱 국선변호인 제도 때문에 형사사건을 소수의 변호사가 독점함으로써 형사사건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심지어 지방의 젊은 변호사들은 형사 사건을 구경도 못하게 되는, 씨가 말라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죠.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집행 유예'를 내린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제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했지만, 36억 원의 뇌물 제공이 인정됐는데 집행유예가 있었던 사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어도 같은 판결이 나왔을지 의문입니다. 1억 원의 뇌물을 주고도 구속돼서 징역을 사는 게 현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해당 판결이 과연 우리사회 일반적인 판결에 대한 태도와 부합하는지 의문입니다.
잘못된 판결이기 때문에 법리적, 학문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는 바람직합니다. 한 국회의원도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지 않았나요. 법리적, 학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난하면 법원의 잘못과 오류를 시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해당 재판을 판결한 판사의 개인 신상을 터는 건 잘못된 일이죠. 개인에 대한 비난, 신상 털기를 하는 것은 판사가 여론을 신경쓰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독립된 재판이 가능할까요?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면 피해는 국민에게 옵니다. 우리나라는 3심 제도가 있어요. 재심 제도도 있습니다. 확정 판결도 뒤집을 수 있는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판결은 정상적인 절차로 불복해야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 역시 대법원에서 가려지겠죠.
- 청년 변호사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제도 문제에서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변호사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의뢰인에게 갑질을 당하는 변호사들도 정말 많아요. 그 과정에서 변호사로서 자긍심을 잃게 됩니다. 재벌 3세가 변호사를 술자리에서 폭행한 것에 대해 강력 규탄했던 이유는 젊은 변호사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공익적 측면, 그리고 변호사가 우리 사회에서 하고 있는 사회 정의 실현, 인권 옹호 역할에 비춰봤을 때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되거든요. 실제로 제가 강하게 의견 개진을 하고, 변호사를 건드렸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표현을 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낸 이후 많은 젊은 변호사로부터 고맙다는 문자와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변호사회는 나랑 다른 조직인 줄 알았는데, 나를 보호하는 조직이구나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그 만큼 변호사들에게 소속감이 없었던 거죠.
- 주류 보다 비주류 앞에 나서는 행보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다수결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러나 법원, 검찰, 변호사의 사법 즉 광의의 사법은 다수결에 의해 체결된 입법이 갖고 있는 한계점, 간극에서 소수자 보호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인권 친화적인 게 변호사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가 군사독재 시대를 거칠 때 변호사들이 전면에 나선 이유도 변호사들이 인권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죠. 정의 실현 의지가 강하다고 할까요.
- 평소 다양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신다. 지난 4월 서울시와 서울변회가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발족한 것도 같은 방향에서 이뤄진 일인가.
박원순 시장님께 감사합니다. 서울변회 회원 변호사들이 철거현장 집행 과정에 나가서 인권침해 사태를 예방하고, 철거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겁니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출범 이후 현장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서울시와 서울변회가 함께 한 인권 보장과 관련된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가장 큰 사명은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겁니다. 그게 변호사법 제1조이자 변호사윤리강령 제1조입니다. 따라서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도 인권 옹호라는 측면에서 아주 보람찬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 가장 소수자를 대변해야 하는 게 사법부고, 변호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국민은 '법은 권력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절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과거에 새겨진 변호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곧 공부 잘해서 고시 붙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기득권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거죠. 그 이미지에 대한 피해는 젊은 변호사들이 받고 있고요. 사실 개업하는 젊은 변호사들 중 개업지가 자기 집이나 신림동 고시원으로 적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에요.
또 과거 선배들이 잘못한 것에 대한 피해를 젊은 법조인들이 입고 있는 같아요. 과거 헌법에 규정된 대로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된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가 내외부 권력 눈치를 보는 판결을 한 사례가 있었잖아요. 권력에 줄대기를 했던 판결들이죠. 그리고 검찰이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권력에 줄을 댔던 일도 있고요. 변호사도 마찬가지예요. 법조인이 된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소수엘리트로 인정 받는 거고, 그에 대한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법조인들이 스스로 오만해졌어요. 본인이 잘나서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너무나도 높아졌죠. 결국 과거 변호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지 않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시행하지 못했어요. 물론 비난 받아야 하는 측면들이 있는데, 숫자상으로 많은 수도 아니거든요. 이미지에 대한 피해를 젊은 변호사들이 뒤집어 쓰고 있는 거죠.
변호사가, 법이 과연 자신을 보호해줄지 의문이 들 텐데,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숫자가 많아졌어요.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공익활동 부분, 인권 활동 부분들에 변호사들이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 변호사가 퍼져 나가면서 법치주의를 보다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 로스쿨 제도가 모든 잘못된 관행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로스쿨 제도는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연수원 41기와 로스쿨 1기가 같은 해에 동시에 법률 시장에 나왔습니다. 역사상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나온 거죠. 2600명이 한 해에 나왔으니까. 사법시험 합격자 입장에선 종전에 자기가 취업할 수 있는 문이 다 막혀버린 거예요. 법률사무소에 못 가면 회사에 가고, 이후 더 낮은 데로 조정해서 갈 여지가 있었는데 그 길을 다 막아버린 거예요. 결국 이해관계가 충돌했고, 적대감이 형성됐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무능하다', '사법연수원 출신에 비해 제대로 교육을 못받았다', '금수저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로스쿨을 흔들었습니다. 제도가 시행되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무조건 흔들기만 했어요. 드라이버를 돌려야 하는데, 흔들어서 껴맞추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거죠. 흔들지 말고 해보자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수술을 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면 억지로 연명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어요. 이후에 다시 사법시험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법조인 양성 제도를 만드는 등 시스템을 변화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도에서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요. 실제로 문제들도 있었죠. 그런데 그게 모든 로스쿨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로스쿨은 공정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 제도나 교육이 공정하지 않으면 사회 문제가 될 것입니다. 초기에 발생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전체를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법 시험은 공정한 제도입니다. 성적으로 시험을 쳐서 순서를 정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반드시 성적으로 서열을 정하는 것이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는가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생각도 해야 해요. 공부를 꼭 잘하는 사람 순서대로 법조인으로서 능력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법조인은 정의감, 책임감, 열정 등이 종합적으로 합쳐져서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좋은 법조인이냐 그렇지 않느냐 구별해야 하는 거지. 가장 공정하기 때문에 성적순으로 한다? 그것은 훌륭한 법조인을 선발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의 역할도 필요해 보이는데.
변호사들이 종전의 송무 시장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인권 사각지대까지 됨으로써 법치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게 로스쿨 도입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길들을 완전히 막아놓고, 여전히 변호사가 많이 나오니까 송무시장이 미어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만 하는 거예요. 변호사끼리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 거죠. 유사직역의 변호사 직역에 대한 침탈 시도도 꾸준히 있잖아요. 그쪽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변호사 시장으로 덤비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회는 현재 권력구조 개편, 법원·검찰·국정원·경찰 권력 구조 개편에 집중돼 있는 바람에 정말 중요한 로스쿨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교육제도예요. 사법시험이 선발에 의한 법조인을 만드는 거라면 로스쿨은 양성에 의한 법조인을 만드는 거잖아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사실 지금 관심 가져도 늦었어요. 초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의 관심이 있어야 했는데, 사시 존치 폐지 논란 때문에 정말 중요한 로스쿨에 대한 개혁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사회 제반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로스쿨 제도 도입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건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문 대통령께서 로스쿨 제도 전반적인 개혁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로스쿨회와 변호사회를 따로 나눠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과 개혁을 해야 할 시점인 거죠. 정부가 중심이 돼서 대한변협으로 대표되는 변호사회, 로스쿨, 교육부, 법무부, 대법원과 같은 기관이 합동으로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결과물을 내야 합니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