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朴 같은 재판부…특가법상 공무원 책임 가중
[더팩트 | 김소희 기자]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 최순실(62) 씨가 13일 1심 선고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18개에 달하는 최 씨의 범죄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공범임을 분명히 밝혔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은 13일 최 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 추징금 72억9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450여 일만에 내려진 선고다.
이날 재판부는 최 씨의 주요 혐의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함께 올렸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업 대상 출연 강요는 물론 △현대차·KD코퍼레이션 납품 계약 △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포스코 스포츠단 창단 강요 △삼성에 영재센터 후원 강요 △삼성의 승마지원 등에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사적인 친분을 이용해 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하고 정부 인사에 개입한 것을 지적하며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범죄 사실들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두 사람의 공모관계는 앞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 재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부회장 사건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고 최 씨가 그 뇌물을 직접 받아 챙긴 '요구형 뇌물 사건'이라고 정의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사건(블랙리스트) 등 최 씨와 공모 관계로 엮이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나머지 혐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부정청탁 존재를 전제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최 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만큼 박 전 대통령도 중형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간인 신분인 최 씨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은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최 씨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금액이 1억 원을 넘으면 형량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된다.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과 관련해 뇌물로 인정된 금액만 해도 36억 원에 이르고, 롯데그룹으로부터 청탁 해결의 대가로 수령했다고 인정되는 것도 7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특가법상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사건은 같은 재판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번 최 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국선변호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없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혐의 등 이제 막 시작된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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