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오늘의 선고] 대법 "北 대남 선전용 SNS 팔로우 국보법 위반 아냐" 外

대법원이 북한의 대남 선전용 SNS 계정을 팔로우한 7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pixabay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변지영 기자] 법조계는 7일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팔로우한 70대 남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선 속에 넣은 마약을 국제특송화물을 이용해 태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사건에 대한 선고, 10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을 13년 만에 법정에 세운 판결이 주목을 끌었다.

○…'우리민족끼리' 계정 팔로우…대법 "이적표현물 반포·소지 아냐"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팔로우'(특정인의 계정으로 게시된 글을 지속적으로 보는 행위)한 것만으로 이적표현물을 퍼뜨렸다거나 이를 도운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75) 씨의 상고심에서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씨가 2009년 11월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이적성을 띤 표현물 169건을 퍼뜨리고, 블로그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행위를 국가보안법상 금지된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단순히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만으로는 이적표현물을 퍼뜨리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정을 팔로우하더라도 계정에 올라온 글은 팔로우한 사람만 볼 수 있을 뿐 제 3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SNS의 특성을 고려해 이를 ‘반포’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

2심은 이 씨의 블로그 글 중에 천안함 사건 의혹 관련 글이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글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법원이 생선의 뱃속에 태국산 마약을 넣어 국내에 유통한 태국인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pixabay

○…뱃속에 마약 가득 넣은 생선 밀수 태국인에 징역형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홍순욱)는 7일 태국산 마약인 '야바(YABA)'를 몰래 들여와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태국인 A(38)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739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내장을 제거한 생선 배에 야바를 넣는 수법으로 국제특송화물을 통해 태국에서 시가 1억 원 상당의 야바 2520정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고 직접 투약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내에 유통할 목적으로 다량의 야바를 수입한 점, 이중 상당 부분이 국내에 유통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며 "다만 야바의 수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취득한 이익이 많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씨로부터 야바를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태국인 2명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3년 전 1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13년 만에 법정 세운 성폭행범 항소심도 징역 8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권순형)는 7일 13년 전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13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을 신뢰해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A씨의 범행은 피해자였던 B(24·여) 씨가 성장해 A씨를 13년 만에 우연히 목격하면서 드러났다. 경남에 살던 B씨는 10살 때인 2004년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버스 기사 A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B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아버지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부모가 이혼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했다.

기회는 13년 뒤 찾아왔다. 2016년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한 지방 도시 버스터미널에서 A씨를 우연히 발견한 B씨는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사람인 것을 한 눈에 알아보고 친척의 도움을 받아 2016년 5월 A씨를 고소했다.

1심 재판과정에서 A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B씨는 2004년 A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 운행하던 버스 노선 구간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또 당시 A씨가 몰던 버스 차량 번호 일부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면서 모순이 없어 신빙성이 높아 13년 전 성폭행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무고할 이유도 없다고 봤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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