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1일 2014년 '황우석 테마주'로 주목받은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들에 대한 선고,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디자인이 도용된 다용도 수납함을 납품받아 판매했다가 디자인 원작자에게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 20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비공개 처분은 위법하다며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결과가 주목을 끌었다.
○…法, '홈캐스트 주가 조작' 일당 실형…원영식 회장 '집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1일 2014년 '황우석 테마주'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홈캐스트 전 최대주주 장모(49)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주가조작 사범 김모(44) 씨와 윤모(50) 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원영식(57) 씨와 이들의 범행을 도운 홈캐스트 전 대표이사 신모(47) 씨, 전 이사 김모(44)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4년 4월 홈캐스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260억원)를 실시할 당시 비상장사 에이치바이온(40억원), 원 회장(13억원) 등으로부터 정상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띄운 뒤 보유주식(구주·신주)을 팔아 약 26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다. 에이치바이온은 황 박사를 대표로 둔 회사다.
검찰 조사 결과 황 박사의 에이치바이온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등 투자 여력이 없었으며 사전에 홈캐스트로부터 받은 40억 원을 이용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검찰은 황 박사 등 에이치바이온 임직원들도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코스닥 큰손으로 알려진 원 회장의 경우 자기 자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그 전에 홈캐스트로부터 회사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는 등 비정상적 거래 행태를 보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 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홈캐스트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음에도 오로지 경영권 취득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할 욕심으로 사기적 부정 거래에 가담했다"며 "범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시했다.
원 씨에 대해서는 "투자방법의 위법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면서 자신이 정상적인 위험을 안고 (투자에) 참여하는 듯한 외관을 형성했다"며 "일반 투자자가 그릇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코스트코, 디자인 도용된 수납함 판매…법원 "2억원 배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판사 김형두)는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디자인이 도용된 다용도 수납함을 납품받아 판매했다며 디자인 원작자 권모 씨가 코스트코코리아를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코스트코가 권씨에게 2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코스트코 측에 제품 생산·사용 등을 금지하고, 보관 중인 완제품 등도 모두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권 씨는 2010년 수납함 디자인을 출원했고, 2012년 디자인을 등록했다. 제품의 앞부분에 투명한 창을 만들어 수납 물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권 씨는 이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어 인테리어 업체에 납품해 왔다.
코스트코는 2012년부터 C사가 제조한 다용도 수납함을 납품받아 판매했다. 권 씨는 2016년 C사 제품이 자신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판매 중단을 요청했고, 코스트코의 제품 판매는 중단됐다. 이후 권 씨는 디자인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3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권 씨의 디자인과 코스트코 판매 제품에 대해 "몇몇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심미감이 유사하다"며 "판매한 제품들이 등록디자인의 권리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보관함 정면이 같은 크기의 직사각형 5개로 분할된 점, 투명창과 천을 번갈아가며 배치한 점 등이 공통점으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이런 디자인이 등록돼 있었는지 몰랐다는 코스트코 측 주장에 대해서도 "주장을 정당화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국회의원 입법비 사용 영수증, 정보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1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 기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대한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회는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제약받는다고 막연하게 주장할 뿐, 체적인 주장·증명을 하고 있진 않다"며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지급받은 개인의 성명과 소속, 직위가 공개되면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에 기여할 것"이라며 "성명·소속·직위는 공개하는 게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분증 및 통장사본, 주민등록번호, 주소,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의 정보는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입법·정책개발비 집행내역서를 공개하라는 청구에 대해선 "이미 공개된 정보"라며 각하했다.
하 대표는 작년 6월 국회를 상대로 2016년 6월∼2017년 5월 집행된 입법 및 정책개발비에 대한 영수증, 계약서, 견적서, 집행내역서 등 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국회 측은 '정보공개 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될 경우 정보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조항을 근거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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