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초=김소희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재판은 29일 결심 공판을 끝으로 선고만 남겨두게 됐지만 바로 다음날인 30일부터 우 전 수석의 또 다른 혐의인 '불법사찰' 재판이 시작된다. 국정농단 재판은 끝났어도 우 전 수석은 한동안 계속해서 법정에 서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검사)은 지난 4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기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우 전 수석을 구속기소했다. 우 전 수석은 이미 '국정농단 방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기소)에게 자신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던 이 전 감찰관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에 대한 감찰 진행 상황과 감찰관실 분위기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9일 국정원이 이 전 감찰관 등 불법사찰 내용을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추 전 국장을 수사 의뢰하면서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우 전 수석이 '과학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추가수사를 벌여왔다.
청와대에게 밉보인 문화체유고간광부 공무원,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도 불법 사찰 대상이 됐다. 2016년 3월 25일자 국정원 문건에서 우 전 수석이 "국정원에 진보교육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개인적 취약점도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내용이 확인됐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문학·출판계 인사를 뒷조사하고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문건까지 확보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이같은 행위가 민정수석 및 국정원의 직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씨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내정되자, 우 전 수석이 이끌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과총 내 정부 비판 단체를 선별해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한 문건도 확보했다. 지난달 6일에는 김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검찰은 관계자 다수를 조사해 얻은 진술 증거 및 문건 등 물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우 전 수석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관련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감찰관을 사찰한 사실이 없으며 나머지 보고는 민정수석의 업무에 따라 보고 받은 것"이란 주장을 일관되게 편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또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라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구속 후 수차례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하려 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재판 준비 등 여러 사정을 들며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다. 결국, 검찰은 우 전 수석 구속 후 5차례 소환 조사를 거친 뒤 구속 만기일에 맞춰 기소를 결정했다. 우 전 수석은 이후 구속 상태를 면하기 위해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이 마저도 기각됐다.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 심리로 열리는 첫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닌 준비절차기일이기 때문에 피고인인 우 전 수석이 직접 나올 의무는 없다. 다만 변호인을 통해 이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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