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배설물 방치, 목줄 미착용 등 300만 원 이하 과태료…'40㎝' 크기 규정, '공격성'과 무관
[더팩트 | 김소희 기자] 지난해 유명 음식점 대표가 배우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그의 반려견에게 물린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40대 여성에게 뒤늦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려견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인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대책은 3월 22일부터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거나 반려견에 목줄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주인을 신고하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의 최대 20%를 주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시행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새 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의 목줄 길이는 2m로 제한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외출할 때 반려견은 목줄을 매야 한다. 목줄 길이는 다른 사람에게 위해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맹견의 종류도 현재 3종에서 8종으로 확대됐다. 지금 규정돼 있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바일러에 마스티프, 라이카, 옵차르카, 캉갈, 울프도그 및 그 잡종 등 다섯 종이 새롭게 추가됐다.
맹견은 외출 시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하고 탈출 방지용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맹견을 키울 수 없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특수학교에도 맹견을 데리고 갈 수 없다.
이외에도 맹견은 아니지만 사람을 공격해 상처를 입힌 적이 있거나 바닥에서 어깨뼈 가장 높은 곳까지의 몸 크기가 40㎝ 이상인 개는 '관리 대상견'으로 분류된다. 이 역시 엘리베이터, 복도, 보행로 등에서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
또 정부는 반려견 주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가 사람을 공격해 숨진 경우 반려견 주인에게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관련법 개정이 추진된다.
◆ 찬성 측 "영국은 개가 사람 물어 사망하면 최대 징역 14년형"
이번 제도를 두고 찬반 목소리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길거리에서 개를 봐도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반기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관리대상견의 폭이 너무 넓어지고 입마개가 모든 개물림 사고의 답이 될 수 없다며 규제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견 수는 약 680만 마리로 추정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7월기준 전체 가구의 30.9%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반려견 양육이 늘면서 인명사고도 늘어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2014년 676건, 이듬해엔 148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개파라치' 시행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이들은 "일부 몰상식한 반려인 때문에 늘 불안했다", "끈도 안 한 채 짖으며 달려오는 개를 이제는 안 봐도 된다니 안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개 키우는 사람이지만, 처벌 강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등의 입장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결코 과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영국은 1991년부터 맹견 사육 제한과 관리 지침을 담은 '위험한 개 법(The Dangerous Dogs Act)'을 제정했다. 맹견으로 지정된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대인 배상 보험 가입과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맹견이 사람을 물어 사람이 숨진 경우에는 반려인에게 최고 징역 14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미국에는 '개물림법(Dog bite law)'을 제정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반려견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면 반려인에게 최대 100만 원이 넘는 벌금형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독일과 프랑스, 스코틀랜드 뉴질랜드 등에서도 맹견에 대해서는 자격 및 면허 제도를 두고 법적 규제 강화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 반대 측 "단순히 크기만으로 반려견 공격성 판단할 수 없다"
신고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누군지 알아야 신고하는 것 아니냐", "마음껏 개를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아예 나오지 말라는 것", "무분별한 촬영이 용인되면 개파라치 제도를 악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체고(발바닥에서 어깨뼈까지 높이)가 40㎝ 이상인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한 정부 규정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체고 40㎝가 대형견의 기준도 아닐뿐더러 체고는 개의 공격성과 어떤 관계도 없다"며 "큰 개에 물렸을 때 피해가 크다는 정부의 주장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국내에서 양육 중인 반려견 중 절반 이상은 해당할 것"이라며 "정확한 통계나 조사 등 근거 없이 많은 반려견과 견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무책임한 면피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개물림 사고의 근본 원인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준비 없이 아무나 개를 구입하고 키우는 현실에서 기인한다"며 "법적 규제에 앞서 제대로 된 사회성·사회화 교육과 양육과정에서의 적절한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40㎝ 이상 반려견의 입마개 착용의무화 반대 및 반려동물 입양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격적 성향의 반려견을 훈련할 때 강형욱 훈련사는 언제나 산책을 강조한다.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냄새를 맡는 '노즈워크'가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안 그래도 산책을 자주 하지 못하는 반려인들이 많은데 (해당 법안은) 산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아무나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등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달라"며 대안으로 ▲반려견의 목줄착용 강화 ▲목줄 미착용 및 반려동물 사고시 처벌 강화 ▲동물 보호법 강화 ▲반려견 놀이터 마련 등을 제시했다. 해당 청원에는 19일 오후 4시 기준 총 2만7000여 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오는 21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정부의 입마개착용 의무화 대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대형견주들을 비롯해 동물권단체 '케어'와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