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19일 2014년 아이폰6 구매 고객에게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항소심, 주가 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홍무 전 CCS그룹 회장 1심 선고,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김대중 정부 시절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규선씨가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이 주목을 끌었다.
○…'아이폰6 불법보조금' 이통 3사 항소심도 무죄…法 "증거 부족"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성대)는 19일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 고객에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혐의(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일명 단통법)로 기소된 SK텔레콤 전 상무 조모(52) 씨와 KT 상무 이모(52) 씨, LG유플러스 상무 박모(51)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이동통신사 3사 법인에도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리점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기준 금액을 넘어선 보조금을 줬는지, 이동통신사들이 대리점 뒤에서 보조금을 더 주도록 종용한 것인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결론이 이동통신사 3사가 잘했다거나 정당한 행위를 했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 법률(단통법)의 취지는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업체, 판매 대리점, 고객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행에 있어 (법)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4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일선 휴대전화 판매점을 통해 아이폰6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법에 규정된 공시지원금(최대 30만 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동통신사 3사는 아이폰6 판매를 개시하며 공시지원금으로 똑같이 15만 원씩을 책정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이동통신사끼리 경쟁 양상이 벌어지면서 너도나도 지원금을 올려 줬고, 결국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다.
대리점에서 고객에게 지급한 불법 보조금은 이통사별로 SK텔레콤이 최대 46만 원, KT는 56만 원, LG유플러스는 41만3000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보조금 지급 과정에 이동통신사들이 관여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구체적 사실이 적시돼 있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이날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유홍무(59) 전 CCS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21억여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하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 20여억원으로 금액이 큰 점, 과거 횡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 전 회장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자신의 지시로 주가조작 세력이 1300여 차례에 걸쳐 CCS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차명 주식을 처분해 21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회장은 증권사 출신의 재산 관리인 박모(58) 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했고, 박 씨는 브로커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한 주당 964원이었던 주식을 3475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재판부는 유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고, 브로커 양모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억 5000만 원의 판결을 내렸다.
CCS는 본사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다는 이유로 한때 '반기문 테마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CCS충북방송의 경영권은 배우 정준호가 최대 주주로 있는 한국체스게임이 최근 인수했다.
○…'회삿돈 횡령' 최규선, 2심서 징역 9년으로 형량 늘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 부장판사)는 이날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규선(58) 유아이에너지 대표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직원을 동원해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식 등으로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횡령 범행을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선고로 법정구속되자 구속집행정지 기회를 이용해 주도했고, 수사기관 추적을 따돌리고자 대포폰을 구입해 사용하는 등 또다른 범죄행위를 한 바 있다"며 "유아이에너지에 대한 일부 피해금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긴 해도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 선고가 타당해보인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인 홍업·홍걸씨 구속 계기가 된 '최규선 게이트'로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최 대표는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받은 이동식 발전설비(PPS) 공급 계약금 중 약 2700만 달러(한화 약 263억2900만여 원)를 7차례에 걸쳐 횡령한 혐의 등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는 PPS 공사대금을 마치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아이홀딩스와 유아이이앤씨가 이라크에서 추진하는 병원 공사의 관련 의료장비 선수금이나 리조트사업 공사비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이후 2007~2010년 회계연도의 유아이에너지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공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2008년 1~3월에는 거래업체 물품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유아이에너지 법인 자금 45억 원을 횡령해 사채업자에게 진 빚과 대출금 상환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최 대표는 2016년 11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안과질환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틈을 타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지인들에게 차명폰을 개통하게 하는 등 도피 도움을 요청한 혐의 등(범인도피교사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추가기소돼 징역 1년이 더해졌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영사관 신축공사와 관련해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 줄 것처럼 속여 건설사 대표로부터 5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또 징역 1년이 추가됐다.이는 횡령 등 혐의 1심 재판을 받던 중 이뤄진 범행으로 밝혀졌다.
ks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