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화가 난다!"
지난해 큰 마음 먹고 100만 원대 패딩을 산 A씨는 주말을 맞아 아울렛 매장을 찾았다가 자신의 패딩과 똑같은 옷이 30만 원에 팔리는 걸 보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 채 1년도 안 돼 70%가량 옷값이 내렸다. 왠지 제 값 주고 산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국내 의류시장에서 정상가에 판매되는 의류는 전체의 30% 수준이다. 백화점 등 1차 유통시장에서 주로 소비된다. 이어 남은 물량은 아울렛, 상설할인매장 등 2차 유통시장으로 넘어가 80~90% 할인된다. 2차 유통시장에서 전체 의류 물량의 60%가 팔린다. 100만 원짜리 패딩이 최대 90% 할인한 10만 원에 팔리는 셈이다.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지만 세상에 밑지는 장사는 없는 법이다. 큰 할인율에도 패션브랜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높은 가격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저가 브랜드는 원가 대비 2.5~3배 정도 높은 가격을 정상가로 책정한다. 중고가 의류브랜드는 5배, 고가 의류브랜드는 8~12배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가격에는 생산 원가, 원단, 부자재, 공임, 운반비, 관세 등이 포함된다.
높은 가격의 이면에는 복잡한 유통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백화점 등에 입점한 패션브랜드는 유통업체에 판매가격의 일부를 떼어준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TV홈쇼핑 분야 판매수수료율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납품업체의 실제 부담을 나타내는 '실질수수료율'이 최초로 공개됐다.
백화점의 경우 평균 22% 정도의 수수료를 뗀다. 1만 원짜리 제품을 샀다면 2200원은 백화점 몫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매장 운영비, 인테리어비 등도 입점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실질부담율은 50%가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연중 상시 실시되는 할인행사를 보면서 옷값에 지나치게 거품이 낀 거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패션브랜드로서는 박리다매로 재고를 소진하고, 마진을 줄이더라도 판매액과 이익을 늘리기 위해 상시할인 행사를 한다지만, 소비자의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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