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크레인사고, 왜?
[더팩트ㅣ최재필 기자] 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는 7개월 전 남양주 사고와 마찬가지로 인상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으로는 불량 부품 사용, 부실한 관리와 점검, 작업 중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0분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인상작업 중이던 높이 90m의 타워크레인 중간 지점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타워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이 추락해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쳐 치료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물류센터는 지하 5층∼지상 4층 연면적 5만 8000여㎡ 규모다. 지난해 9월 1일 착공, 내년 8월 30일 준공 예정이다.
근로자들은 타워크레인 78m 지점에서 90m 높이의 마스트를 5.8m 높이는 과정에서 마스트가 부러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작업은 크레인의 기둥을 지상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이다.
앞서 지난 5월 남양주에서도 타워크레인 인상작업 도중 크레인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남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높이를 올리려다가 기둥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경찰 수사 결과 남양주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입산 순정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철공소에서 제작한 부품을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번 용인 사고의 타워크레인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신형장비이기 때문에 부품 노후화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은 적은 편이지만, 순정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 현장에서 필수 장비지만 불량 부품 사용, 부실한 관리와 점검, 작업 중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8분께 인천시 중구 운서동 오피스텔 공사장에서도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기사가 운전석에 갇혔다가 약 3시간 만인 낮 12시 29분에 구조됐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올해만 벌써 8번째다. 후진국형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가 반복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사고예방대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고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 사용연한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원청과 임대업체, 설치·해체업체 등 주체별 안전관리 책임도 강화하는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후속조치가 늦어지면서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모두 8건으로 근로자 17명이 사망했다.
▲ 4월 21일 = 울산 에쓰오일 타워크레인 전도사고로 1명 사망, 4명 부상.
▲ 5월 1일 =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로 6명 사망, 25명 부상.
▲ 5월 22일 =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크레인 사고로 2명 사망, 3명 부상.
▲ 6월 15일 = 부산 해운대 숙박시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로 3명 부상.
▲ 10월 10일 = 경기 의정부 아파트 공사장 크레인 사고로 3명 사망, 2명 부상.
▲ 11월 9일 = 전주 완산 크레인 사고로 2명 사망.
▲ 12월 9일 = 인천 중구 오피스텔 공사장 크레인 사고로 1명 부상.
▲ 12월 9일 = 경기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전도사고로 3명 사망, 4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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