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빽터뷰]는 <더팩트>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뉴스 이면의 뉴스'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빽(BACK)+인터뷰(INTERVIEW) 빽터뷰'. 앞이 아닌 뒤(BACK)로 중심을 잡고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일과 민감한 사항 등을 과감하게 파헤쳐 보는 영상 인터뷰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진하 기자] 1~2인 가구 증가로 음식을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졌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보다 간편하게 음식을 시켜 먹는 소비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배달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배달 음식이 다양해진 것은 물론 배달 대행 서비스가 생겨났다. 사용자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배달앱'도 등장해 배달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배달앱은 사용이 편리하고 처음 가 보는 지역에서 손쉽게 주변 음식점을 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내 음식 배달앱 시장 규모만 작년 기준 2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음식 배달 시장규모(12조~13조 원으로 추정)의 20%정도 수준이다. 배달앱이 처음 생긴 것이 약 6년 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속도로 성장한 셈이다. 실제 와이즈 앱 개발팀이 분석한 배달앱 사용 현황을 살펴 보면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표본조사로만 배달앱 이용자가 49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국민 열명 중 한 명은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애플 이용자들까지 추이를 합산하면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편리한 배달앱도 문제점은 있었다. 배달앱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노출과 범죄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 이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중심으로 번지면서 배달앱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문제가 생기자 배달앱들은 너도 나도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안심번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마저 두렵다고 소리를 높이는 여성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배달앱을 사용했다가 개인정보 유출로 불미스러운 일을 겪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달앱 이용 후 '아찔한' 피해를 경험했다는 직장인 A 씨를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다.
◆ 배달음식 시켰더니 다음날 "맘에 든다" 연락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배달', '안심번호', '개인정보'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배달 후 겪었던 다양한 피해 사례들을 알 수 있다. 많은 내용 중에는 배달원이 배달시킨 이용자의 개인번호로 '첫눈에 반했다', '만나자' 등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경험담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개인정보 노출로 불편함을 토로하자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배달의 민족'은 배달앱 최초로 고객 안심번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의 민족'을 시작으로 '요기요', '배달통' 등의 배달앱에서도 뒤늦게 안전강화에 나섰다. 이 안심번호가 도입되기 전 직장인 A 씨는 배달원에게 직접적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 배달음식을 평소 자주 시켜 먹나.
- 자주 시켜 먹는 편이었다. 혼자 있을 때는 왠지 꺼려지고 그나마 여동생이 있을 때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 혼자 있을 때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는 이유가 있나.
- 보통 배달원이 남자라 여자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꺼려졌다. 또한,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나서 더 배달음식을 이용하지 않게 됐다.
* 어떤 일이 있었나.
- 여동생과 집에 단 둘이 있을 때 근처 새로 생긴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켰다. 배달원에게 음식을 받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문을 반쯤 열었는데, 배달원이 집안을 두리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다. 그런데 다음날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메시지 내용은 "어제 배달 갔던 사람이다. 그쪽이 맘에 들어 연락했다"며 "여동생과 둘이 살고 있나", "남자 친구 있나" 등의 사적인 내용을 물어봤다.
* 거부 의사나 불쾌함을 드러내진 않았나.
- 상대방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고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으나, 계속 연락이 왔다. 그분이 제 집주소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어 난감했다.
◆ 안심번호 서비스 이용도 여전히 "불안"
안심번호 서비스는 휴대폰 이용자의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생성된 가상의 1회용 번호를 가리킨다. 이것은 이용자가 사용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한 남성은 지난달 24일 "방금 배달음식 받았는데, 진짜 소름 돋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SNS에 털어놨다.
이 남성은 배달음식을 받기 위해 "문 살짝 열었더니 배달원이 문 안으로 손을 짚어넣고 문을 턱 잡았다"며 "진짜 놀라서 순간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배달원이 내가 남자인 것을 확인하고 아무 말도 없이 음식만 건네주고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내가 무서웠던 이유는 이 음식점에 처음으로 안심번호 사용으로 배달을 시킨 것이다"며 "안심번호 쓰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 만약 내가 여자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무섭다. 앞으로는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의 경험담은 2만 회 이상 공유됐고,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불안하고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한 네티즌은 "안심번호 사용은 여자가 할 것이란 인식 때문에 발생한 일 같다"고 말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안심번호 서비스가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안심번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나.
- 최근 기사를 봐서 알고 있다. 하지만 안심번호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해도 배달음식을 받고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원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고 본다. 미리 결제를 하고 음식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가 또 생길까 두렵다. 배달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해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주변 지인을 통해 들었다. 이후 배달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기도 한다.
* 개인정보 문제 노출에 또 다른 문제점은 없나.
- 과거 한 번의 주문 전화로 집주소까지 모든 이력이 남아 있는 것도 꺼림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은 있지만 언제까지 그 정보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어 편리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이 정보가 어떻게 이용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 배달업체의 배달원 관리 교육이 절실
안심번호 서비스 이용 후기를 접한 익명의 네티즌은 자신을 배달원이라고 밝힌 뒤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직접 음식점으로 전화를 하기보다 배달 앱을 이용해 안심번호 서비스로 주문하고, 꼭 선결제해 배달원과 마주칠 일을 차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네티즌은 "배달원들이 음식을 주문한 여성 고객의 외모를 품평하기도 하고 주소를 외우는 경우도 있다"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 이후 배달음식을 여전히 시켜 먹나.
- 배달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생겨서 잘 시켜 먹지 않는다.
* 배달음식 주문으로 인해 개인정보 노출이나 여성을 노리는 범죄에 대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이용하는데, 배달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예전에는 가게 점주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관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전문 배달업체가 다 하기 때문에 어디 음식을 시켜도 한 사람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음식 시킨 곳을 다시 확인해 본적도 있다. 이처럼 배달대행 업체가 많은 식당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배달원 관리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에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꼈다. 실제 겪어 보니 정말 무서웠다. 점차 배달음식을 시키는 방법과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배달앱 악용으로 피해 입는 사람을 보호하는 시스템도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