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랑경찰서=김경진 기자] 딸의 중학생 친구를 살해 및 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구속됐다. 하지만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다. 이 씨는 지난 5일 긴급 체포될 당시 수면제 과다 복용 상태여서 병원에 입원한 채로 경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8일에 이어 9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랑경찰서에 불려와 2차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증거 수집 등을 진행하며 이 씨의 살인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팩트>는 '어금니 아빠' 사건의 개요와 핵심 의혹들을 살펴봤다.
◆CCTV보니…이 씨 집에 들어간 A양, 나온 흔적은 없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씨의 딸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친구 A(14) 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이 씨의 집으로 초대했다. 이 씨의 딸과 A양은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그동안 서로 연락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낸 사이였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 씨의 딸은 사건 당일 자신의 친구 여러 명에게 '같이 놀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유일하게 A양만 초대에 응했다.
경찰이 조사한 CC(폐쇄회로)TV에는 A양이 이 씨에 집에 들어간 후 이 씨가 A양의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차량에 싣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이 씨는 A양의 시신을 강원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후 지인 박모 씨에게 '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자신의 약물을 잘못 먹는 바람에 죽어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도움을 청했다. 박 씨는 이 씨를 서울 도봉구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운전해줬다. 현재 박 씨는 이 씨의 살인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사고였다면 왜 시신을 유기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A양의 부모가 딸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경찰은 탐문, CCTV 등을 통해 지난 5일 박 씨가 제공한 은신처 다세대 주택에서 이 씨와 이 씨의 딸이 같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30여 분간 구두 조사를 벌인 경찰은 A양이 강원 영월 한 야산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파악, 6일 오전 시신을 수습했다. 7일 A양의 시신을 부검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끈 같은 도구에 의한 질식사', '목 졸린 흔적'을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이 씨, 시신 유기는 '인정', 살인은 '부인'
이 씨와 이 씨의 딸은 검거 직전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경찰은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오전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소견에, 경찰은 이 씨에 대해 3시간가량의 1차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씨가 간단한 신문 내용에는 고개를 휘젓거나 끄덕이는 수준으로 답변했으나 혐의를 인정하거나 범행 방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자살하기 위해 갖고 있던 약물을 A양이 잘못 먹어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실제 이 씨는 도피생활 중 자신의 딸과 같이 찍은 동영상 형식의 유서에서도 "자살하려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었는데 아이가 모르고 먹었다"며 A양의 죽음이 '우발적 사고'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영상이 범행 이후 도피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경찰 역시 "보통의 사람이라면 병원에 먼저 연락해볼 것"이라며 살인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 부녀가 강원 영월의 한 모텔에 숙박한 사실, 1일 오후 7시 30분경부터 오후 10시경까지 시신이 유기된 장소 부근에 머문 것 등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다양한 정황 및 증거에서 경찰은 이 씨가 시신 유기는 물론 직접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 씨와 그의 딸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부인 투신 자살 방조·폭행' 혐의 내사 등 의문투성이
아울러 이 씨의 부인 최 모 씨가 지난 9월 5일 중랑구 망우동 집에서 투신자살한 사실과, 이를 방조한 혐의와 최 씨를 폭행한 혐의로 이 씨를 내사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추가로 전해졌다.
또한 최 씨는 이 씨의 모친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2009년부터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강원 영월경찰서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기간에 이 씨는 희소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 씨가 외제차와 고급 국산차를 몰고 다니는 사실 등이 윤택한 생활을 한 정황도 밝혀졌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이 씨가 재산을 불린 배경에 대해 '딸의 희귀질환을 명목으로 모금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했다는 것 아이냐' 등 여러 의혹과 소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씨의 집에서 성 보조도구가 발견됐으며 이를 근거로 A 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경찰은 이 씨의 입이 이런 여러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A 양에 대한 부검 결과, 이 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장갑·끈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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