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 결과를 둘러싸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 국영방송 RTVE에 따르면 3일(이하 현지시간) 카탈루냐 시민들은 총파업을 하고 30만 인파가 참여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가지며 분리 독립과 스페인 정부 규탄 시위를 이어갔다.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 사실상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카탈루냐에서는 1일 중앙정부의 극심한 반대 속에 '분리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치러졌고 유권자의 90%가 찬성표를 던졌다. 푸이그데몬 수반은 "희망과 고통의 날인 오늘 카탈루냐 주민들은 공화국 형태의 독립국이 될 권리를 쟁취했다"며 투표 결과를 의회로 송부해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오늘 카탈루냐에서 자치투표는 열리지 않았다"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날 치러진 투표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강경대응으로 돌아서면서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를 봉쇄하거나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등 강력한 저지에 나섰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의 머리채를 잡아끌거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 주민들을 향해 고무탄을 쏘고 곤봉으로 구타하는 등 무력진압도 잇달았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투표 후 거리로 뛰쳐 나와 "이 길은 우리에게 속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군경의 폭력진압 실태에 거세게 항의했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경찰이 투표소에서 시민들을 끌어내는 등 강제 진압하면서 시민 80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무부는 경찰 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푸이그데몬 수반은 카탈루냐에 투입된 모든 경찰 병력에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가 위헌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스페인 정부의 입장도 확고하다. 라파엘 카탈라 스페인 법무장관은 "법이 허용하는 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카탈라 장관은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155조와 관련해 "(명시된) 장치이긴 하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부에 승인한 법의 모든 힘과 장치를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언제나 말해왔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한이 있다해도 공익을 위해서라면 특정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탈루냐는 10세기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 왕조로부터 독립해 자치권을 행사해왔고 프랑크왕국에서 떨어져 나온 뒤 아라곤 왕국에 흡수됐다가 1716년 아라곤이 스페인에 통합되면서 스페인으로 흡수됐다. 이후 카탈루냐와 스페인은 수세기에 걸쳐 갈등을 빚어왔고 카탈루냐 내에서 스페인 헌법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06년 카탈루냐가 자치권 확대를 추구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지지는 깨졌고 4년 뒤 스페인 법원은 카탈루냐가 새로 제정한 법률 상당분이 헌법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불을 댕겨 이날 독립투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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