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이 지났다. 정부는 연휴 사이 끼인 평일이었던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고, 사람들은 최장 열흘의 긴 휴식기를 가졌다. 이 기간 가장 붐볐던 곳은 어디였을까. '고향 앞으로'를 외치며 설렜던 마음이 가득했던 버스터미널일까 아니면 기차역일까 이도 아니면 고속도로일까. 아니다. 추석 연휴 가장 많은 사람이 찾은 곳은 다름아닌 국외 여행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다.
여행업계는 올해 추석 연휴 출국자가 사상 최대인 1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장 9일을 쉴 수 있었던 지난해 추석 출국자의 2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인천공항공사의 추산은 이보다 더 많다. 인천공항공사는 추석연휴 특별교통대책을 마련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9일까지 11일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을 195만 명으로 예측했다.
특히 추석(4일) 다음 날인 5일 19만200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외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추석 연휴 기간 원활한 공항 운영을 위해 공항철도 운영시간을 조정하고 임시주차장 7000여 면 등을 추가 확보하는 등 특별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연휴가 길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가족을 만나고 여행도 가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하지만 발 디딜 틈 없는 인천공항이 추석의 참의미가 다소 퇴색된 현실을 반영하는 그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조상의 뜻을 되짚고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었던 추석이 세태의 변화와 함께 '해외 여행 빅 찬스'로 여겨졌다.
또 다른 문제는 추석의 의미가 흐릿해지면서 '명절증후군'이 고개를 든다 점이다. 언젠가부터 명절 이후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져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변했다. 평소 느끼던 피로와 우울감을 덜고 가족간의 위로와 격려로 새로운 동력을 얻는 시간이었던 명절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긴 연휴에 먼 길을 오가며 금전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게 되면서 '명절증후군'에 빠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말았다.
'가을에 수확한 첫 음식을 조상께 먼저 드린다'는 뜻을 지니는 추석. '휴가 이상의 시간'으로 추석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