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일일히 살충제 계란 번호를 확인하는 전 국민적 부담을 덜 수 있었던 세 번의 기회를 지난 박근혜 정부가 모두 발로 차버렸다.
지난해 8월 CBS노컷뉴스는 '닭 진드기, 살충제 살포…정부, 계란 위해성 알면서도 방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 노컷뉴스는 "국내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살충제 달걀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이어 보도는 "사육농장주는 살충제를 사용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벌레를 제거한다"면서 "국내 일부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축사용 살충제를 산란 닭에 직접 뿌리거나 독성이 강한 미승인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농식품부도 이런 현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점이다. 보도에서 농식품 관계자는 "진드기와 벌레 등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인허가 약제품은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들이) 계속해서 독성이 강한 미승인 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 농가들은 아예 살충제를 닭에 직접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을 알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의 실태파악도, 대책 수립도 하지 않았다.
살충제 계란을 바로 잡을 두 번째 기회도 이 즈음에 찾아온다. 보도 2개월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해 10월7일 기동민 의원은 "일부 계란 농가들이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는다면서 맹독성 농약을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현재 21개 농장을 농림식품부하고 같이 실태조사 하고 있고, 60개 농장에서 생산된 닭고기와 계란을 수거해 검사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계란과 관련한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손문기 처장의 다짐과 달리 이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없었고, 작금의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기회는 올해 4월 소비자단체가 직접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을 구입해 잔류물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4월 '유통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1월3일부터 2월23일까지 용인시, 수원시, 화성시, 김천시, 천안시 등 5개 지역에서 유통중인 계란 51점을 구입해 A대학교 분석실과 B분석기관 등 2개 분석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점에서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각각 1점씩 검출됐고,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노컷뉴스의 최초 보도 후 반년 사이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이 농가에서 시판 중인 계란으로 옮겨 붙은 셈이다. 이 기간 정부의 대처는 없었다.
노컷뉴스 보도와 기동민 의원의 지적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고, 시민단체의 외침은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있었다. 언론과 시민단체 국회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지난 정부의 과오가 살충제 계란으로 이어진 셈이다.
디지털콘텐츠팀 bd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