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초복, 몸 보신은 뭘로 하실 겁니까.'
과거부터 우리 조상들은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세 절기인 '초복, 중복, 말복'에 뜨거운 음식을 먹어 속을 따뜻하게 데워 '보신(保身)'을 했다. 인삼, 대추 등 한약재를 넣고 삶은 보양식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생겨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저항력이 생긴다고 믿었다.
옛부터 즐겨 먹었던 대표적 보양식이 바로 삼계탕과 개고기다. 초복인 오늘(12일)도 많은 이들이 삼계탕이나 개고기 아니면 장어나 전복 등 다양한 보양식을 찾고 있다.
대표적 보양식 중 개고기의 입지는 과거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애견 시장의 확대와 함께 동물권과 도축 및 사육 환경의 비인간적·비위생성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복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일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목소리가 충돌했다. 8일과 9일 초복을 앞두고 주말을 맞아 개 식용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회원과 동물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등 30여 개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개식용 금지' '동물 생명권 존중' 등 피켓을 들고 개고기 근절을 주장했다.
반면 같은 장소에서 6일 개 식용의 제도화를 촉구하는 '대한육견협회'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동물보호단체가 '개고기 시장 완전철폐'를 주장하며 불법영업 및 동물학대 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개고기를 찬성하는 쪽은 '식용 개와 애완용 개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닭이나 돼지 등과 같이 식용을 위해 개를 사육하는 것이 다를 게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동물권을 내세우며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개 살리려다 사람 죽인다'는 볼멘 소리를 내는 이유다. 동시에 일부 개고기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불거지는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도축과 유통 시설은 개고기 식용화를 합법화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은 '개고기 문화'가 우리의 전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인지 아직까지 뚜렷한 근거는 없다. 과거 단백질 공급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를 잡았 먹던 것이 개고기 문화의 시작일 것이라는 설이 있을 뿐이다.
개고기 논란은 매년 복날을 즈음에 반복되고 있다. 애견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개고기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한층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개고기 상인들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동물권과 생존권의 매년 복날을 즈음해 맞붙고 있는 상황이다. 소모적인 개고기 찬반 논란을 넘어 동물의 동물권과 상인들의 생존권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