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우리 경찰이 필리핀 경찰이 체포한 세부 교민 피살사건의 용의자 2명의 누명을 벗기고 진범을 체포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한국·필리핀 경찰의 공동 수사 결과 지난달 18일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교민 총기피살 사건의 진범 3명 중 2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황모(47)씨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여성 A(20)씨와 그의 필리핀인 남자친구 B(34)씨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황씨와 과거 내연관계였다. 하지만 A씨는 황씨의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 들킨 뒤 황씨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모의했다. A씨와 B씨는 범행 모의 후 필리핀인 전문킬러 C씨도 끌어들였다. A씨는 범행 시점인 지난달 17일 오후 11시30분쯤 훔친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황씨에게 연락해 그의 집을 찾았고, B씨가 망을 보는 가운데 C씨가 18일 자정쯤 소음기를 장착한 45구경 권총으로 황씨를 살해했다.
한국과 필리핀 경찰은 황씨의 SNS 계정에서 사건 당일 A씨가 황씨에게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남긴 메시지를 확인하고 5일 A와 B씨를 차례로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은 황씨를 실제 살해한 C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애초 필리핀 경찰은 지난달 21일 다른 필리핀 남성 2명을 살인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이 사건 발생 전 황씨의 가방과 소지품을 훔쳤고, 이들 집에서 황씨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필리핀에 파견된 우리 경찰과 코리안데스크(한국·필리핀 경찰이 공동으로 꾸린 한국인 대상 범죄 전담 조직)담당관은 검거된 용의자들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살해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의구심을 품었다.
결정적으로 용의자들의 집에서 발견됐다는 혈흔을 한국에서 감정한 결과 황씨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고, 한국과 필리핀 경찰은 재주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범행 현장에서 황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에 착안해 황씨가 범행 당시 어떤 연락을 받았는지 중점적으로 파악했다. 결국 경찰은 황씨의 SNS 계정을 알아냈고, 사건 당이 A씨가 황씨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토대로 진범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