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아내가 여자로서 매력 대부분을 잃었다. 살도 10kg 가까이 쪘다. 아내를 보면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 또 오랜시간 같이 살다 보니 아내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져 야동을 찾는다."
"결혼 2년 차 34살 직장인 남자인데 4살 연하 아내와 부모님 반대를 뚫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현재 160cm에 70kg인 아내를 보면 거부감을 넘어 혐오감마저 든다."
"아내가 친정에 가거나 자리를 비운 날이면 야동을 본 지 오래다. 야동은 매일 새로운 걸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슬며시 기분도 좋아진다. 솔직히 외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영화보다 옆에 보니 웬 오징어가 앉아서 오징어를 먹더라'라고 말한 아내의 하소연을 인터넷에서 봤다. 남자도 마찬가지 생각을 한다. 여자들이 잘생긴 남자 연예인에 열광하는 것처럼 남자도 날씬하고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남성이 여성의 외모만 보고 비하한다'고 말하는 여성을 이해할 수 없다."
결혼 후 살찐 아내의 외모가 혐오스럽다는 한 누리꾼의 글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4월17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짤'에 한 누리꾼은 '뚱뚱한 아내가 거부감듭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글은 결혼 후 20kg 이상 체중이 늘어난 아내를 보며 거부감과 함께 혐오감이 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글에 일부 누리꾼들은 '살찐 아내 비하하는 남편의 인성이 쓰레기다', '그럴 거면 왜 결혼했냐', '당신 자식 낳다가 살찐 아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아내는 남편의 인형이 아니다' 등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물론 글쓴이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 '자식 핑계 대지 말고 살을 빼라', '20kg 이상 찐 건 본인 노력 부족이다', '남편의 입장을 생각하라', '게을러서 그렇다' 등 아내를 탓하는 글들도 등장했다.
살찐 아내를 혐오하는 남편 논쟁은 '야한 동영상'(야동)으로 번졌다. 한 누리꾼이 '살찐 아내와 잠자리보다 야동을 보는 게 더 좋다'는 글을 올렸고,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조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물론 '남편이 늦은 밤 모니터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모습을 보고 역겨웠다', '피곤하다던 남편이 야동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니 모멸감을 느꼈다'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여성들은 출산 후 심리적·육체적 변화를 겪는다. 이 기간에 살찌는 건 당연한 변화다. 하지만 많은 기혼남성들이 살찐 아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은 결코 당연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많은 기혼남성들이 야동을 통해 욕구를 해결한다고 고백한 것은 놀랍지만 현실이다. 반면 여성들은 야동보다 남편과 정서적 교감을 갖춘 부부관계를 원하고 있다. '살찐 아내=혐오'와 '야동 남편=혐오 내지는 모멸감'의 의견이 동시에 '이슈'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일부 남편들이 왜 야동에 집착하는 걸까. 미국 국립영장류연구센터 킴 월렌 박사는 '수컷 원숭이는 암컷을 보거나 다른 수컷과 암컷이 교미하는 것을 보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물학적으로 수컷으로 대표되는 남성이 야동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타고났다는 설명이다. 수컷이자 남자인 남편도 마찬가지다. 야동을 보거나 자위를 하는 행위는 동물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원초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살찐 아내와 잠자리에 거부감이 든다' 내지는 '살찐 아내가 싫고 혐오감 든다' 등으로 연결됐을 때는 야동이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장 가깝고 익숙한 관계일수록 기본을 실천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성(性) 생활에서는 부부의 솔직한 대화가 더욱 절실하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속속들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살찐 아내를 향해 '혐오감'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역지사지하며 진실된 대화를 시도하는 남편, 야동을 보면서 기본적인 욕구를 푸는 남편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려 하는 아내. 부부 사이의 의견 대립각을 좁히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의 대화가 필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