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최근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22일 심야 시간에 경찰이 10대 청소년을 향해 테이저건을 사용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오산 테이저건 진압'이 그것이다. 강력범이나 흉악범이 아닌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10대 청소년을 향해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에 20여 명의 10대들이 무리지어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웠던 정황을 고려할 때 경찰의 진압이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당한 공무집행과 과잉진압 여론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꼭 테이저건을 사용했어야 했을까'와 '일선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의문점이 고개를 들었다. 논란과 이슈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더팩트>는 현재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의 의견을 들으며 오산 테이저건 사건을 되짚어 봤다.
<더팩트>는 밤낮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며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경찰관을 24일 만났다. 그는 오산 테이저건 사건이 논란거리로 민감한 만큼 '매일 밤낮으로 최일선에서 시민의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그에게 오산 테이저건 사건에 대해 물었다.
Q. 아직 10대인 청소년을 테이저건으로 진압한 것이 과하지 않았나.
A. 보기에 따라 과잉진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면 청소년들을 대처하기가 난감할 때가 많다. 아직 미성년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오산 테이저건 진압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Q. '미성년자라는 신분을 악용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A. 실제로 건물 옥상에서 10대들이 모여 술과 담배를 피우며 소란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 대략 10여 명의 남녀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경찰의 지도를 무시했다. 이들은 "어차피 미성년자인데 잡아가서 처벌도 못하면서 나대지 마라"라고 말하며 미성년자 신분 탓에 훈방 조치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오산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이 통제되지 않아 벌어졌다고 본다. 청소년들 역시 이 점을 악용해 경찰의 통제를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Q. '그래도 테이저건 사용은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자정이 넘은 시간에 20여 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음주 등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공개된 영상에서도 경관 3명이 청소년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고, 동료 경관이 다른 10대들이 개입하는 걸 막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경관 3명이 붙어도 10대 후반의 남성이 사력으로 버티면 성인 못지 않게 제압하기 힘들다. 또한 실랑이가 길어지고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신속하게 제압했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Q. 테이저건을 쏘지 않고 10대 청소년을 제압할 방법은 없었을까?
A. 해당 영상을 보니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0대 청소년 숫자가 많았고, 술에 취했기 때문인지 통제가 더 어려워 보였다. 말로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청소년들이) 듣지 않았고, 경찰들이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 더 큰 충돌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테이저건에 스턴건(전기 충격기) 기능을 활용했을 뿐, 발사하지 않았다.
Q. 테이저건의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
A. 경찰에서 실시한 테이저건 위력 시범에서 실제로 테이저건을 맞아 봤다. 테이저건을 맞으면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른다. 10대 청소년이 맞았다면 충분히 심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테이저건을 발사한 것이 아니며 전기 충격기로 소란을 피우던 청소년을 잠시 제압한 것이기에 테이저건 발사에 따른 충격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