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현직 경찰관이 서울 도심에서 총격범 성병대(46)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총격 사건은 성 씨가 계획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정황이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수 강간 등 전과 7범인 성 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라며 "앞으로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13일에는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 현장에 출동하지 마라"며 "괜히 진급 욕심내다가 죽는 수가 있다"고 경찰을 겨냥해 경고했다.
성 씨는 총격전이 벌어졌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을 사전에 답사한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자신의 집에서 오패산으로 향하는 길을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고 "오패산 입구 주위에 CC(폐쇄회로)TV가 3개나 설치돼 있다"고 구체적인 주변 환경을 언급했다
이는 결국 경찰을 살해하겠다는 것을 예고하고 범행 현장을 둘러봤다는 점에서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그는 19일 오패산터널 인근 풀숲에 숨어 있다가 당시 폭행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모(54) 경위를 발견한 뒤 사제 총을 격발했다.
또 성 씨는 근처에 있던 부동산업자 A(67) 씨를 쐈지만 빗나가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행인 B(71) 씨가 맞았다. 이후 A 씨를 쫓아가 넘어뜨린 뒤 소지하고 있던 둔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A 씨는 뇌출혈 우려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B 씨는 탄환 제거 수술을 받고 입원한 상태다.
경찰은 총격 과정에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고 이 가운데 실탄 2발이 왼팔 손목 위쪽과 복부에 명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 씨가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방탄복은 서바이벌 용품점에서 산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들은 방탄복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행동 요령 미숙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경위가 급히 출동해서 보호 장비를 챙기지 못했고, 이미 출동한 다음에 사제총기 사건이 접수돼 방탄복을 가져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 씨가 범행을 위해 사제총기 17정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량 인명 살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 당시 그는 김 경위를 쏜 뒤 도주하다가 추격하는 경찰과 시민들을 겨냥해 10여 차례 총을 쐈다. 결국 성 씨는 경찰과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붙잡혔다.
경찰서로 압송해 범행 동기와 사제 총기 제작 방법 등을 집중 조사한 경찰은 20일 보강 조사를 한 뒤 살인 혐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