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사회의 폭력성과 욕망을 다룬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이 수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기뻐해주셔서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강은 서울 동교동 카페 꼼마에서 오전 11시 신작 소설집 '흰' 출간 기념식과 함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신작 '흰'에 대해 "2014년 가을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레지던스에 머물면서 썼다"며 "1944년 90% 이상이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재건된 이 도시에 머물면서 이 도시를 닮은 사람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 사람이 어쩌면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인채로 이 세상을 머물다가 떠난 우리 언니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 사람에게 삶의 어떤 부분을 줄 수 있다면 그것들은 흰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강은 "더럽힐래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한 생명, 빛 이런 것들을 주고 싶었고, 이 한권의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소설은 산문같기도 하고 시같기도 한 조금은 이상한 책이었기 때문에 다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수상에 대해 "11년 전에 소설을 썼고 9년 전에 출간했다. 상을 받았을 때, 현실감 없이 상을 받았다"며 "제 마음이 단단했던 이유는 책을 쓴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렇게 먼곳에서 이런 소설을 준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도 느껴졌고 그 당시에는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수상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수상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국으로 갔다"며 "상을 받고 나서 많은 분들이 기뻐해주기 고맙다고 해주신 분도 있어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려보려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영국판 번역에 대해 "번역에서 목소리의 질감, 감정의 전달 등 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번역가인 데보라 씨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매우 잘 표현해줬다"고 평가했다.
맨부커상은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그해 최고의 소설을 뽑는 영국 문학상으로,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지난 2005년 만 들어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역사상 최연소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채식주의자는 27개 국가와 출판이 계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