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양치기 소년' SNS, '대한민국을 속이다'

사실 아냐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서울 관악구 아파트 성폭행 영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경찰 페이스북 갈무리

SNS 내 '논란' 홍수…정보,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분분한 이른바 '서울 관악구 아파트 성폭행' 게시물에 대한 경찰의 답이다. 해당 게시물은 '관악구 모 아파트에서 발생한 성폭행 미수사건'이라는 내용과 함께 아파트 복도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발로 차는 등 폭행하고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도망치는 장면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은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라며 분개했다. 게시물은 SNS, 인터넷 카페 등으로 공유돼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이 SNS 정보를 '사실'로 믿었다.

확산 속도 못지 않게 거짓 판명도 빨랐다. 경찰이 곧바로 '바로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SNS '서울경찰' 페이지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영상은 누군가 허위 자막을 입힌 것으로 관악구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이 아니라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중국의 호텔 CCTV 영상이다"고 밝혔다.

경찰의 말에 따르면 '거짓' 정보가 마치 '진짜'인 것처럼 포장돼 주민들의 공포심만 조장한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SNS상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반전 지난 8월 초 한 여성은 SNS 페이스북에 케첩을 더 달라고 했다가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며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있는 한 퓨전 짬뽕집을 고발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페이스북 갈무리

거짓과 진실, SNS상에는 그 진위보다는 이슈에 더 반응한다. 일단 '거짓' 정보라도 SNS라는 파도를 타면 파급력은 엄청나다. 정보가 더 자극적일수록, 충격적일수록, 또는 비난의 대상이 명확할수록 누리꾼들은 더 분개한다. 그리고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된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8월 초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던 '짬뽕녀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8월초 페이스북에서만 '친구' 7만 명을 거느린 한 여성이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있는 한 퓨전 짬뽕집에서 겪었던 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 여성은 "케첩을 더 달라고 했다가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했다.

SNS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이 여성의 게시물이 공개되자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짬뽕집엔 손님이 단숨에 끊겼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매출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고 식당 주인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짬뽕녀 사건'에 대한 SBS의 보도가 나온 뒤 상황은 반전됐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성이 오히려 윽박지르면서 종업원을 몰아세웠고 종업원은 최대한 웃어 넘기려고 했다. 목격자의 증언까지 덧붙여져 분노의 화살은 되려 글을 올린 여성으로 쏟아졌다.

이유 있었어 논란이 됐던 김무성(64) 새누리당 대표의 왼손 거수경례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짬뽕녀 사건'과 같이 앞뒤 상황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지 않은 채 SNS에 공개돼 논란이 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8월 20일 김무성(64)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 통일 회관에서 열린 '이북도민회 부설 동화연구소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왼손경례'를 했다. 이후 왼손 거수경례 사진은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로 퍼져 김 대표는 순식간에 비난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김 대표가 왼손 거수경례를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앞뒤 사정을 고려치 않고 거수경례 장면만 공개돼 논란을 샀지만, 그의 발언 전문을 보면 오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축사에서 지난 7월 미국 방문 때 한국전쟁참전 미군 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워싱턴에 갔는데 마침 7월 27일 장전일을 기념해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미군들이 행사를 했다"며 "당시 행사에 참석한 분들 가운데 성한 사람이 없었다. 어떤 대령 한 분은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다 다쳐 의수를 하고 나와 왼손으로 경례를 했다"고 설명했다.

신상털기 심각 사회적 공분을 살만한 정보가 SNS에 공개되면 진위 파악과 별개로 신상털기가 진행된다. 이는 또 다른 무고한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 비록 가해자의 신상정보라도 유포하게 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처럼 사회의 공분을 살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정보는 공개와 동시에 논란거리가 된다. 진위 파악과는 별개다.

문제는 정보가 논란이 되면 '신상털기', 이른바 '마녀사냥'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확진 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의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때아닌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상당 부분 과장된 메르스 관련 정보가 '괴담'처럼 퍼져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당시 다수 매체는 메르스 정보를 숨기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신상털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SNS에 '거짓' 정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유익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범죄행위에 대한 '응징'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면 파급력이 강한 SNS는 피해를 본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고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큰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이유로 SNS '부작용'의 파급력에 대한 우려된다. 특히 SNS상에서 한번 노출된 개인정보가 끊임없이 유통돼 무고한 사람들이 지속적인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SNS와 더불어 온라인과 관련,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하지만 여과 기능이 없는 SNS에서는 신중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반응'을 하기 앞서서는 그런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나부터 말이다.

돌팔매질은 신중히, SNS에서는 개구리가 아닌 사람이 맞아 죽는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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