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이라 가능한 위풍당당 '색드립'
공연장에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다. 그런데 어째 이 상황이 불편하지 않고 재밌기만 하다.
최근 코믹컬 '드립걸즈' 공연이 한창인 서울 영등포 CGV신한카드아트홀을 찾았다. 골드팀(안영미 박나래 김미려 최정화)과 레드팀(안소미 김영희 박소라 허안나) 블루팀(맹승지 홍윤화 홍현희 이은형)으로 나눠 공연을 펼치고 있는 12명의 개그우먼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합동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코믹컬은 코미디와 뮤지컬을 합친 말이다. 즉 뮤지컬에 코믹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뜻. 하지만 이들의 넘버는 오프닝과 클로징을 장식하는 딱 한 곡 뿐이고, 그마저 오프닝에서는 립싱크로 소화했다. 출연진은 가끔 안무를 틀렸고 '칼군무'보다는 자유로운 댄스에 더 가까웠다.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별에서 온 그대'나 '어벤져스' 등 큰 인기를 모은 콘텐츠들이 코믹하게 패러디됐다. 하지만 단순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봤던 정도의 패러디는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들이 '19금'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TV에서 입이 간지러워 혼났다"며 개그우먼들은 본격적으로 고함과 욕설을 시작했다. 관객에게도 어려워하지 않고 다가가 "다리 꼬고 앉지 마. VIP석이라고, 아주 돈 많다고 유세를 떤다 유세를 떨어"라며 말장난을 했다. 다년간의 스탠딩 코미디 무대로 다져진 배짱과 순발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시도다.
개그우먼들이 가진 장점은 '색드립'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이날 허안나는 관객 가운데 한 명을 자신의 남자 친구라 칭하며 자신을 안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한쪽 다리만 들리며 허안나의 속바지가 노출됐고, 관객은 당황했다. 그러자 허안나는 "오빠, 나 개그우먼이라 괜찮아"라며 "우리 오빠가 좋은 걸 나누고 싶어서 그래"라며 애드리브를 펼쳤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개그우먼이라 괜찮다"는 말은 다른 여자 연예인에 비해 개그우먼이 다소 편안한 이미지를 가졌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를 비트는 말이기도 했다. 자학인 듯 하지만 그런 시선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일침하는 의미일 수도 있다.
가슴이 부각되는 동작을 하면서 "내가 내 가슴 만지는데 니들이 왜 난리야. 내가 네 가슴 만졌어?", "야 너는 가슴 없니?"라며 툭툭 던지는 말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평소에 얼마나 '남자는 되지만 여자는 안 돼', 혹은 '여자는 되지만 남자는 안 돼'와 같은 차별적인 성관념을 갖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했다.
'드립걸즈'는 지난 2012년 초연돼 벌써 시즌4까지 왔다. 롱런하는 공연에는 이유가 있다. '19금 색드립'에 대한 열린 마음만 있다면 '드립걸즈'는 언제든 당신을 웃길 준비가 돼 있다.
한편 '드립걸즈'는 오는 11월 1일까지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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