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먹고 살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택시 기사 황광수(66) 씨는 끊었던 담배를 물며 "체감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언제부터 힘들어졌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아요"라며 이같이 속내를 털어놨다.
황 씨는 35년 동안 서울 곳곳을 누빈 '베테랑' 택시 기사다. 시대는 많이 좋아졌지만, 개인택시 기사의 처우는 옛날과 달라진 게 없다고 푸념한다. 그는 "하루에 16시간 이상씩 운전해요. 그렇게 해도 한 달에 200만 원 안팎이에요. 보험료, 가스(연료)비, 소모품 비용 빼면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안 돼요"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에만 약 7만대의 택시가 있다. 이 가운데 법인 2만5000여대, 개인4만5000여대가 서울 시내 등을 누빈다.
서울개인택시기사조합(이하 조합)은 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택시 주행요금 인상과 할증시간대 변경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150여 명의 택시기사는 "기본요금 이후 올라가는 주행요금 거리가 10년째 동결됐다"며 "198m에 200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행거리 조정을 촉구했다. 현재 서울 중형택시는 기본요금 2km 이후 142m마다 100원씩 더 받고 있다.
조합 측은 "1988년 4월부터 100원 단위가 도입된 뒤 약 27년 동안 유지됐다"며 "주행요금 거리가 600m에서 142m까지 짧아 주행요금 거리가 100m 이하로 줄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승객이 느끼는 체감부담이 심각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합은 할증시간대도 손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를 이끈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심야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새벽 2시 이후 승객이 급감하는 현실을 고려해 할증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현행 오전 12시부터 4시)로 당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야피크시간대인 오전 12시부터 1시까지는 기존 할증요율 20% 적용을 40%로 변경해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자고 제시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 참가자는 "서울시가 지난 7월에 지하철, 버스 요금은 다 올린 것은 시설을 유지 관리하기 위함이 아니냐"며 "택시는 수요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데 왜 시는 물가 탓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모(59) 씨는 "항간에 법인택시 기사들이 '개인택시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며 "그만큼 현실은 냉혹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주행요금 거리와 할증시간 변경만 이뤄지더라도 숨통이 그나마 트이지 않겠느냐"며 "결국엔 서비스 향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시민들은 개인택시 기사의 요구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문모(34·여) 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재작년쯤 파격적이게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때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항상 같은 논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김모(42) 씨는 "택시기사가 요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무뚝뚝한 응대나 서비스 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턱이 없다. 시민들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개인택시 기사들의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요구사항이 담긴 '2015년 택시요금 조정 건의서'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와 시의회는 건의서를 검토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더팩트ㅣ서울시의회=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