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술 중 소장에 구멍 내 환자 숨지게 한 성형외과 의사 '벌금'

지방흡입 수술을 하던 중 소장에 천공을 만들어 30대 여성환자를 숨지게 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유 모(53) 씨와 심 모(36) 씨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과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 씨와 심 씨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 A(38·여) 씨가 소장 천공에 의한 복막염으로 숨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A 씨 사망 후 바로 유족을 찾아 사죄와 위로의 뜻을 전했고 20일 만에 원만히 합의했다"며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혈액검사 등 수술 직후 실시한 여러 임상 증상 결과에 비춰 A 씨의 복막 천공 등 특이사항을 알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부검 결과 A 씨가 수술 후 약간의 술을 마신 점도 고려됐다.

A 씨는 지난해 6월 24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쌍꺼풀 수술과 복부 지방흡입 수술, 복부 미니 절제 수술, 코 성형수술 등을 차례로 받았다.

당시 유 씨는 쌍꺼풀 수술 후 A 씨의 배에 구멍 2개를 뚫고 부분 마취와 지방 융해가 가능한 투메센트 용액을 투입했다. 이후 지방흡입기구 '케뉼라'를 넣어 15분간 지방흡입 수술을 했다.

유 씨는 A 씨의 수술과 다른 환자의 수술 시간이 겹치자 동료인 심 씨에게 A 씨의 지방흡입 수술을 부탁했고 심 씨가 수술을 마무리했다. 다른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유 씨는 심 씨에게 A 씨에 대한 복부 미니 절제 수술을 지시했고 자신은 코 성형 수술 등을 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퇴원한 A 씨는 5일 뒤인 6월 29일 외상성 소장 천공에 의한 복막염으로 숨졌다.

유 씨와 심 씨는 지방흡입과 복부절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A 씨의 소장 등을 찔러 다수의 구멍이 생기게 했고 수술 후에도 천공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봉합해 A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