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몰카' 주의보, 여탕서 '내 알몸도?'

여탕도 안심 못 해 20일 더팩트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자리 잡은 대형 목욕탕을 찾아 최근 불어닥친 몰카의 공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강서구=박수민 인턴기자

"이제 같은 여자까지 의심해야 한다니…."

'몰래카메라(몰카)'의 공포가 '금남(禁男)'의 구역까지 스며들었다. 최근 해외 사이트에 국내 모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 속 '몰카' 영상이 유출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야말로 '몰카 경고등'이 켜졌다. 이른바 '워터파크 몰카' 사건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대중 목욕탕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일 오후 <더팩트>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A 대형 목욕탕을 찾아 '몰카' 논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의견을 들어봤다.

◆ "휴대전화, 신경쓰여도 차마 말 못 해"

휴대전화, 솔직히 신경쓰여 목욕탕에서 만난 시민들은 탈의실 내 휴대전화 사용에 관해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강서구=박수민 인턴기자

이날 오후 5시, 평일인데도 목욕탕 탈의실은 분주하다. 신발장 입구부터 요란한 드라이기 소음과 여성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수건으로 몸을 닦는 여성, 머리를 말리는 여성, 자리에 걸터 앉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여성 등 각자 바쁘다.

취재진은 목욕탕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화장대 앞 평상에 자리를 잡는다. '몰카'를 찍는 제스처를 취한다. '셀카'를 찍는 척도 해 본다. 겉으론 힐끗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만 간혹 있을 뿐, 제지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머리를 말리던 최 모(27) 씨는 인터뷰 요청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예전부터 평상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는 사람들이 신경쓰였다"며 "사실 기자님이 아까 뭘 찍는줄 알고 잠깐 의심했다"고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최 씨는 손을 들어 주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여긴 대부분 이렇게 옷을 다 벗고 머리를 말린다. 나도 그렇다"며 "그래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가끔 뒤쪽으로 가서 확인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찜질방에 왔다 잠시 탈의실을 들른 강소정(21) 씨는 몰카 얘기를 꺼내자 속사포처럼 말을 꺼낸다. 강 씨는 "(옷을) 다 벗고 있는 장소이다 보니 스마트폰을 든 사람을 보면 의식을 안할 수가 없다"며 "의심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불쾌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발끈한다.

대책이 있을까요?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목욕탕 몰카에 뾰족한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강서구=박수민 인턴기자

◆ 문제는 맞지만 '속수무책'

이렇듯 최근 불거진 '몰카' 논란과 더불어 목욕탕, 사워실 등 여성들만 머무는 공간에서는 의심이 가더라도 따질 수 없는 실정이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고 의심했다간 "'이상한 여자'로 찍힌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만약 불안하거나 의심이 가는 상황을 겪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목욕탕에서 만난 시민들은 "불안한 사람, 아닌 사람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막상 정말 의심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목욕탕 직원은 '만약 불상사가 생기면 어떻게 손님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몰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단속을 따로 하는 건 아니지만, '몰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생기는 만큼 만약 적발하면 그대로 경찰에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이 2008년 '카메라 도촬' 사건 판결문에서 적시한 '몰카'의 기준을 보면, 촬영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별의 전세준 변호사는 "기준이 명확해지지 않을 경우 모든 여성이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팩트ㅣ화곡동=박수민 인턴기자 cosmicbeig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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