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핵심증인 진술 신빙성 없어…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 끝나"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 성폭행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 씨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해당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사건의 '핵심 증인'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이 확보한 '핵심 증인'은 이 사건 공범으로부터 범행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다는 스리랑카인 A 씨. 그는 지난 1998년 10월 17일 K 씨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스리랑카인 B 씨로부터 강도와 강간 범행 사실 전모에 대해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A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란 벽에 부닥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증인의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능력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A 씨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토록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이유는 또 있다. 이 사건은 애당초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되지 못했다.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이미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K 씨를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정 양의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 DNA가 피고인의 것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피고인과 공범이 피해자를 강간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피고인 등이 정 양의 돈이나 소지품을 가져갔는지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간 범행 가능성은 있다고 보이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특수강간죄 적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의 특수강도강간 혐의 입증은 부족하기 때문에 피고인을 무죄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지난해 1심에서도 증거불충분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K 씨에 대해 사실상 무죄인 '면소'를 선고한 바 있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