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 매년 증가…"환자와 공존해야"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 1985년. 당시 에이즈의 등장은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후 '불치병'으로 여겨지며 에이즈 감염 환자에 대한 '기피'는 점점 심해졌다.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공포심과 함께 '문란한 성병'으로 낙인찍혔다.
22일 이런 에이즈의 국내 발병 환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고된 HIV/AIDS 총 환자 수는 1만 2757명으로 외국인을 제외한 순수 한국인 감염자 수는 1만 1504명에 달했다.
연도별 신규 감염자 현황을 보면 1995년 100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3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 1114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역시 증가해 1191명으로 집계됐다.
에이즈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1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에 다시금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설명에 앞서 에이즈 환자의 남성 비율에 초점을 맞췄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간한 '2014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1191명의 환자 중 남성이 1100명으로, 여성(9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 이성 간 성행위에 의한 감염보다는 항문성교, 즉 동성 간의 성행위로 발생하는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남성 에이즈 환자가 감염되지 않은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이 여성 에이즈 환자가 감염되지 않은 남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보다 더 높은 것을 고려해 본다면 남성 감염자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남성끼리 옮겼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보다 성관계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 이런 전체적인 기류가 에이즈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측에서도 이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 발생 원인과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성소수자 탄압보다는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더 손꼽힌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단순히 '에이스 환자 1만 명 시대'라고 해서 '성이 문란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관계자는 "국가(질병관리본부 등)가 진행 하고 있는 많은 에이즈 예방 활동이 있다. 상당 부분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더 중요한 예방 활동은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권 증진이다"라고 강조했다.
에이즈 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인규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사업국장은 "단순히 성소수자들을 에이즈의 원인으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에이즈에 감염된 성소수자를 비롯해 모든 에이즈 감염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항문성교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그렇다고 에이즈의 주원인이라고 그들을 몰아넣고 지적할 순 없다"며 "사람들의 에이즈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에이즈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짓말과 비밀은 숨길수록 커진다. 에이즈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피하면 에이즈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10~20대 에이즈 환자 증가를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고된 에이즈 감염자 중 20대가 367명(30.8%)으로 가장 많았다. 이 국장은 "10~20대 에이즈 감염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며 "첫 성관계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에이즈도 성병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성교육은 임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이즈와 기타 성병에 대한 교육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정부가 직접 에이즈 환자 감소세를 보이는 여러 나라를 벤치마킹한 뒤 미디어를 활용해 예방법 등 정보를 전파해야 한다"고 말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