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주요 사건·사고
바람 잘 날 없었다.
2015년의 반이 지날 동안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연초부터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최근에는 예비군이 사격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이번엔 중동에서 건너온 전염병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더팩트>는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을 비롯한 예비군 총기 난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등 상반기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 주요 사건·사고를 되짚어봤다.
◆ '김치 남겼다는 이유로…'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
지난 1월 8일, 연초부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 A(33·여) 씨가 원생의 뺨을 때려 넘어뜨렸다.
당시 폭행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는 연합뉴스TV 등 언론에 의해 보도됐고,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다.
공개된 영상에는 A 씨가 원생들의 급식 판을 수거하면서 B(4)양의 남긴 음식을 보자 억지로 먹게 한다. 하지만 B양이 음식을 뱉어내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한 차례 강하게 내리쳤고, B양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일제히 A 씨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A 씨는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정치권도 떠들썩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이 어린이집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는데,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보육교사 A 씨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 9단독 권숙엽 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공소 내용과 관련,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학대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진정한 반성을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재판 과정에서 폭행 장면만 인정하고 나머지 검찰의 공소 사실은 부인했다.
A 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어릴 적부터 교사의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루지 못했고, 대신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됐다"며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행 당일은 유독 개인적으로 감정이 예민했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행동을 했고 이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 리퍼트 美대사 '피습'…"같이 갑시다"
지난 3월 5일 오전 7시 40분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사람은 진보 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55) 씨로 그는 서울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흉기를 휘둘렀다.
김 씨의 공격으로 얼굴과 손 등을 크게 다친 리퍼트 대사는 피를 흘리며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진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마쳤다.
당시 리퍼트 대사의 습격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걱정하는 여론이 일면서 온라인에는 쾌유와 사과의 뜻을 전하는 메시지가 봇물 터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한미동맹을 진전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겠다. 같이 갑시다"라는 한글 인사를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피습' 사건 이후 리퍼트 대사는 4월 14일 피습 당시 자신을 도와준 의료진과 경찰관 등 100여 명과 저녁을 함께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의 첫 재판에서 김 씨가 리퍼트 대사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법의학적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김 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정빈 단국대 법대 석좌교수는 "김기종이 찔리면 죽을 수 있는 부위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찔렀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증언에 김 씨의 변호인은 "목을 찌르려 했으면 상처가 뺨이 아니라 목과 더 가까운 곳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과 관련, 살해 의도를 두고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 '탕-탕-탕' 연이어 터지는 총격 사건
지난달 13일 오전 10시 44분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 총성이 울렸다. 예비군훈련장이라 새삼스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이 총성의 끝은 실로 참혹했다. 사격 훈련을 받던 최 모(24) 씨가 표적이 아닌 예비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날 탄알 10발을 받은 최 씨는 먼저 표적을 향해 1발 쏘았다. 하지만 비극은 2발째부터 시작됐다. '엎드려쏴' 자세로 있던 최 씨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부사수를 쏘고 오른편 사로에서 사격하던 예비군 3명을 향해 난사했다.
그리고 최 씨는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었다.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은 3명의 사망자와 2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그리고 여파를 남겼다. 피해자의 가족을 비롯한 훈련장에 있었던 예비군, 나아가 국민에게 정신적 충격이라는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사실 올 상반기 총격 사건은 예비군훈련장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2월 27일 오전 9시 34분께 경기 화성시의 한 단독주택에서 70대 전 모 씨가 엽총을 난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엽총으로 자신의 형 전 모(86) 씨, 형수 백 모(84·여) 씨를 쏜 뒤 경찰과 대치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엽총을 쏜 전 씨는 평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었던 형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 엽총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 이틀 전 세종시의 한 편의점에서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2월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5분께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한 편의점에서 강 모(50) 씨가 총을 발사해 김 모(74) 씨 등 3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숨진 피의자의 동거녀 아버지와 오빠(50) 그리고 현재 동거남 송 모(52)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의자 강 씨는 범행 후 편의점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숨진 김 씨의 딸이자 편의점 주인과 헤어진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강 씨를 추적했다. 하지만 강 씨는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날로 포악해지는 보복운전…보복의 이유는 '각양각색'
올 상반기 새롭게 도마에 오른 사회적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보복운전'이다. 사실 보복운전은 이전부터 공공연한 문제로 우리 사회 깊숙이 배어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 행태가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보복운전'이 꾸준하게 사건·사고에 이름을 올리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전남 순천경찰서는 도로에서 다른 차량을 쫓아다니며 급제동과 차량 밀어붙이기 등을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흉기 및 업무방해)로 운전자 A(31) 씨와 같은 차를 타고 있던 A 씨 친구 2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4일 오전 5시 40분께 순천시 연향동 한 도로에서 B(45) 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끼어들자 B 씨를 상대로 끈질긴 보복운전을 했다.
A 씨 일행은 B 씨가 여수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하자 비상등을 켜고 뒤쫓아 위협운전을 했다. B 씨의 차량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여 운행을 방해하는가 하면 밀어붙일 듯 바짝 다가서 압박했다. 또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멈춰 설 것을 요구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A 씨 일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B 씨의 회사까지 쫓아가 행패를 부렸다.
지난 4월 21일에는 막걸리를 투척하는 보복운전 동영상이 공개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은 4월 21일 오후 3시 50분께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월하리에 있는 한 국도에서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으로 탑차 운전자가 도로 한복판에 내려 막걸리병을 바닥에 내던지는 등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담겨 있다.
탑차 운전자는 앞차가 길을 터주지 않아 화가 났고 위협적인 행동으로 보복운전을 했다. 이후 차를 막아선 상태로 차에 있던 막걸리병을 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보복운전과 관련한 사건·사고는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고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2일 상대방 운전자가 상향등을 켜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김 모(4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7일 오전 6시 10분께 부산시 강서구 명지IC에서 청량사 삼거리 쪽 약 100m 지점에서 자신이 급하게 차선을 바꾼 것에 뒤따르던 화물차 운전자 이 모(38) 씨가 상향등을 켜며 불만을 나타내자 격분했다. 이후 김 씨는 속도를 높여 이 씨 화물차 앞에서 고의로 급정차하는 등 보복운전을 했다.
◆ 메르스 확진자 172명·사망자 27명…아직도 진행 중
지난달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에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이것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발칵 뒤집어놓을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22일 오후 4시) 메르스 확진자는 172명, 사망자는 27명에 달한다. 메르스로 인해 자택 격리된 사람만 4000여 명이며 격리됐다가 해제된 사람을 포함하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메르스는 중동 지역에서만 465명의 사망자를 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즉각 전수 검역을 실시해 일반 국민에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부의 전망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람들은 정부와 보건 당국의 '늑장 대응'에 비난을 쏟아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로부터 6일이 지난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메르스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30~40%에 이른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불안은 깊게 했다. 이달 1일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오자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감염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의 비공개로 인한 파장은 혹독했으며, 각종 괴담이 쏟아졌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일자 박원순 서울 시장은 4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35번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결국 7일 최경원 부총리가 메르스 감염 병원 24곳을 공개했다.
그 사이, 감염자·사망자 모두 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12일을 기점으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오늘(22일) 하루만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1명 늘었다. 아직 '진정국면'을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분명한 건 앞서 말한 주요 사건·사고와 달리 메르스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중 한 명인 정해관 성균관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메르스 종식 시기와 관련 "6월 중에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우 병원 감염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 데 고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병원 감염의 고리를 끊고 더이상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전반적 종식"이라며 "7월까지 종식되면 대단히 성공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역시 "수 주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