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를 처단하라" 거부한 조직원 폭행

배신자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같은 조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감금 및 집단·흉기 등의 상해 혐의로 유 모(39)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당 폭력조직은 경찰 관리인원만 33명에 달할 만큼 서울 강북 최대 규모였던 '수유리파'다. 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등을 관리하며 몸집을 키워온 수유리파는 지난 2010년 4월 경찰의 단속으로 핵심 조직원 대부분이 구속되면서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일부 조직원이 하나둘씩 출소했고, 이들은 "경찰에 조직을 넘긴 배신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조직 내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유리파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유 씨는 반대세력이 자신들을 배신자로 지목해 보복하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하자 먼저 손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 가을께 유 씨는 자신을 따르던 조직원 이 모(35) 씨 등에게 반대세력의 중심인물인 손 모(41) 씨를 흉기로 때리도록 지시하고 손 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기습할 준비를 갖췄다.

겁이 난 이 씨가 조직과 연락을 끊고 가족과 함께 도망치자 유 씨는 이 씨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2013년 4월 4일 도피생활을 벌이고 있던 이 씨는 "게임아이템을 거래하려는데 함께 하자"는 지인의 연락에 서울 성북구 거리로 나섰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유 씨 일당은 곧바로 이 씨를 삼단봉과 쇠파이프로 폭행한 뒤 강제로 차에 태웠다.

이날 밤 9시께 서울 강북구의 야산 일대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2~3시간에 걸쳐 이 씨를 폭행한 뒤 인근 병원 앞에 버렸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유 씨는 매달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숙박업소를 전전하면서 도피했다. 또한, 이 씨에게 연락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회유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유 씨 등의 은신처를 찾아내 잠복한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대로 검거했다"며 "이 씨는 보복이 두려워 허리·다리의 부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아직도 다리를 절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